행간뉴스

또 오시는군요.
당신은 늘
그렇게 우리 곁을 찾아오십니다.
언제는 초저녁 초롱한
별빛처럼
때로는 한밤 사박이는
눈송이처럼
가끔은 아이들 함초롬 적시는
아침이슬처럼
한번은 먼 뱃길 돌아 돌아오는
뱃고동처럼...
그렇게 우리 곁에 오셨지요.

그렇게 오신 당신은
금생(今生)의 미욱함으로
가난한 중생들을
일상의 각박함으로 너무나
고달픈 중생들을
메마른 기계문명의 횡행으로
외로움에 지독히도 지친 중생들을
그런 까닭에 눈에 핏발서
광기(狂氣) 어린 중생들을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
따뜻이 품어주시고
갈 숲 무시로 바람 지나 듯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십니다.

이번에는 오셔서
아주 오래 곁에 머물러주십시오.
저는 비록 불교도는 아니지만
당신의 그 깊이를 혜량(惠諒)할 수 없는
지엄(至嚴)한 품을 믿습니다.

금생(今生)은
당신의 말씀처럼 아비규환(阿鼻叫喚)입니다.
곳곳에서 칼바람이 난무하고,
천륜(天倫)이 동강나고,
대명천지에 인명이 내팽개쳐지고,
저만 살겠다고,
아니면 함께 목숨을 끊자고,
아우성입니다.

당신은 중생들의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긍극의 진리를 깨우치는 길임을 가르쳐주셨지요.
하지만 이번만은 오셔서
이 불쌍한 중생들을 고통의 구덩이에서
손을 내밀어 건져주십시오.
오죽했으면 삶이 일천한 제가
‘옴마니반메홈’을 외쳤겠습니까.

오늘은
‘당신의 거룩함 속에 온저히 저를
맡깁니다’(옴마니반메홈).

2004. 5. 25
산사(山寺)의 아침을 그리며
<길지혜 편집장>  tameyou@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