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화합과 상생정치의 출발점

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는 화합과 상생정치 실현이다. 우리 사회의 현 주소는 한마디로 분열 그 자체이다. 노사간의 갈등, 보수와 개혁세력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영·호남간의 지역갈등, 친미와 친중세력 간의 외교 갈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구석하나 한 목소리를 내고 서로 화합을 통해 문제를 풀어 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왜 이렇게 쪼개지고 갈라지는 사회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아직 우리는 산업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주요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업사회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자원을 누가 많이 확보하는가를 위해 늘 경쟁하고 싸워야만 한다. 산업사회는 제로섬게임 사회이다. 다시 말해 한정된 자원을 놓고 힘있는 자가 많이 가져가면 힘없는 자는 나머지를 가지고 나눌 수밖에 없는 빼앗기고 빼앗는 게임방식이 산업사회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하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 확보를 위해 가진 책략을 다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정경유착이니 각종 권력형비리니 하는 비합법적인 뒷거래가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왔다.
하지만 현 사회의 게임의 룰은 좀 다르다. 현 사회는 모든 거래행위가 하나도 남김없이 기록되고 언제라도 필요하면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사회요, 필요한 정보를 창출하고 교환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보화 사회이다. 이제는 각기 다양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팀웍을 이루고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서로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고 도우면서 새로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고안해낼 때 경쟁력을 가진다. 이러한 열린 정보화 사회에서는 투쟁보다는 화합과 상생의 문제접근 방식이 중요시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 정치권에서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는 것은 현 시대적 조류에도 부합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이제 우리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무조건 맞짱부터 뜨고 보자는 식의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타협과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으로의 새로운 전환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인식 전환이라고 본다. 우리가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현실을 직시해 보면 노사간이건, 보·혁간이건, 그리고 세대간이건 서로는 한쪽만으로는 존립할 수 없는 상호 필요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기업의 경영진 없는 노동자들이 있을 수 있으며, 보수세력 없는 진보세력이 존재할 수 있으며, 노년층이 없는 신세대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기업이 있기에 노동자가 있고 보수가 있기에 진보가 있는 것이다. 각기 자기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상대방은 대립되는 세력이고 자신의 일을 추진하는데 장애요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자신이 존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자신의 일부인 것이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로부터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짐짓 자신과는 대립되는 존재처럼 보이는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자신의 일부요, 한 몸이라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앞서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가 고민해야한다.
화합과 상생은 내가 먼저 변화하고 내가 먼저 자신의 이익과 입장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상대를 변화시켜 그들을 자신들의 주장에 동참케 함으로써 화합과 상생을 이루려한 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는 나의 일부이다. 내 몸의 일부인 팔이 아프면 그 아픈 팔을 정성껏 돌보고 치료하여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듯, 나와 한 몸인 상대를 비판하고 질시하기 전에 그들이 바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화합과 상생은 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의 사회인식과 문제접근 방식의 전화에서부터 화합과 상생정치 실현은 출발한다.
이제 새롭게 구성된 지도층의 과제는 사회에 썩어있는 부분을 도려내는 작업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 화합하고 상생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상대방 흠집 내기에 급급하고 과거의 잘못을 뒤집어 상대세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개혁을 위한 하나의 방편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본질은 아니다. 진정한 개혁은 지도층이 깊은 자기성찰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너와 나를 벗어난 전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송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