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뉴스오랜만에 친구와
부대찌개를 먹었습니다.
이 땅에서 미군(美軍)이
떠난다 하니 불현듯 부대찌개가
땡겼습니다.
김치, 된장찌개와 더불어
이 땅의 ‘3대 찌개’로 자리 잡은
부대찌개야말로
미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한편으론 우리시대 지지리도
가난했음을 간직하고 있는 음식이지요.

요즘 아이들은
맥도널드 햄버그와 코카콜라를
좋아하지만 우리의 아버지들이,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부대찌개를 먹으며
이 땅의 산업화를 일궜다면
‘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냐’고
반문하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이해를 하든 못하든
부대찌개의 슬픈 역사부터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군 뒤를 동네 봄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다니며
‘기브미 쵸콜레트’를 외치고,
미군들이 먹다 버린
간쓰메(통조림)와 서더리(고기조각)로
꿀꿀이 죽을 끓여 한끼 허기를
달래던 그 간난(艱難)의
역사를 말입니다.

그 꿀꿀이 죽이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이리도 끓여보고,
저리도 끓여보아
서울에서 부산까지 싫다는 이
하나 없는
지금의 부대찌개가 만들어 진
것이랍니다.

미군이야
닉슨독트린으로 71년에도 나갔었고,
북핵(北核) 갈등이 고조 된 93년에도 나간다고 했었지요.
그때도 우리의 아버지들은
부대찌개를 먹으며 ‘자주국방’을 부르짖었습니다.
부대찌개만큼이나
자주국방을 외친 역사도 오래되었지요.
오늘 저도 친구와 부대찌개를 먹으며
‘자주국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2004. 5. 31
부대찌개 집의 ‘자주국방’을 생각하며
<길지혜 편집장>  tameyou@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