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경제가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시장 위축·제조업의 침체 등으로 어려웠는데, 유가상승까지 겹쳐 갈수록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물가는 계속 오르고 국민들의 가계비 부담은 점점 늘어나 허리띠를 더욱더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청년실업문제 또한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에 문외한인 필자가 보기에도 청년실업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수많은 고급인력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으니 국가적인 손실이요, 국가의 앞날이 걱정된다. 앞으로 이 경제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해결책(일자리 창출, 내수시장 활성화 등의 경기부양책)을 찾는 모양인데 별로 신통치 않은 것 같아 불안하다. 부디 묘책을 찾아 잘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쨌든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여 이 난국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 근검절약하고, 기업체는 기업체 나름대로 내실을 다지면서 생산원가 절감과 고품질 제품 개발에 힘쓰는 한편, 수출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미봉책 마련에 급급하거나 전시효과적인 것을 지양하고,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수출전략을 점검하고 이를 보완하여 보다 체계화된 수출전략 수립과 함께 특성화된 수출전략도 세워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것을 점검하여 보완·개선할 것은 보완·개선하고, 혁파할 것은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10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의 제조업이 되살아나 이로 인해 일본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은 했겠지만 과연 일본 정부처럼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얼마나 해주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언제 일본을 뛰어넘을 것인가?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경제를 회생시키고 발전시키는데 폐단이 되는 법이나 제도, 규제들을 현실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특히 무역 전쟁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더욱 절실하다. 『미암일기』에 공·사 무역의 폐단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아침 강의시간에 정언(正言) 권징(權徵)이 계(啓)하기를, ‘우리나라가 공무역과 사무역을 함으로써 그 짐바리가 너무도 많아서 오가는 도로 연변 지방이 너무나 피폐하여 견딜 수 없사오며, 중국에서도 또한 우리나라 사신을 천대하여 유구국(琉球國) 사신만큼도 대우해주지 않사옵니다. 이것은 유구국은 모든 것이 간편하고, 우리나라는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청컨대 이 뒤로는 공무역은 요동(遼東)에서 그치게 하고 다시 연경(燕京)까지 실어가지 말게 하여, 한편으로는 도로 연변의 운반하는 폐단을 없애고, 한편으로는 나라의 치욕을 씻도록 해주시옵소서’ 하니, 영상(領相) 이공(李公 : 李浚慶)이 따라서 찬성하여 역시 주상의 윤허를 얻었다. 이것으로 비로소 백 년의 폐습이 하루아침에 개혁되어 유쾌하기 짝이 없다 … 전교가 호조(戶曹)에 내렸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일상용품이 각 지방에서 나는 것만 가지고도 오히려 공급하고 대비하기에 넉넉하니 반드시 타국에서 사들여 사치하는 풍습을 조장시킬 필요가 없다. 근년에 권간(權奸)들이 국정을 담당할 때에 상방(尙方)의 의복감을 사들이는 기회를 타서 마음껏 자기가 호사해 보려는 욕심으로 처첩(妻妾)의 의복 및 장식품들을 거의 중국에서 구하여 온 세상에 과시했다.

따라서 공경대부(公卿大夫)로부터 여염의 선비나 백성들까지도 모두 그 본을 받아서 통역하는 무리에게 무역을 부탁하지 않는 자가 없다. 통역관은 비록 이 일이 싫고 괴롭지만 조그마한 권세라도 가진 사람의 청이면 또한 안들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짐바리가 많고 무거워서 실어가고 실어오는 동안 중국 사람들이 그 고초를 이기지 못하여 원망과 꾸짖어 욕함이 끊이지 않으니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은 일이다 … 공무역은 금후 5년 동안 일체 정지하며 하인들이 혹시 전과 같이 사사로이 물건을 매매하여 범람하게 만드는 일이 있으면 서장관(書狀官)으로 하여금 각별히 규찰하여 엄중히 죄를 다스려서 그 폐습을 꼭 고치도록 하라’ 하셨다.”

당시 공·사 무역의 폐단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적인 망신까지 당했음을 유희춘은 『미암일기』에 진술하고 있다. 더욱이 권간(權奸)들이 중국 제품을 선호하여 이를 수입하는 등, 사치풍습을 조장하였고, 마침내 공경대부에서부터 백성들까지 모두 그 본을 받아 사치풍조가 만연되었음을 유희춘은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은 실체 없는 경제위기론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고 낙담하지 말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경제를 살리자. 우리에게는 그런 저력이 있지 않은가? 그런 바 고위공직자·정당대표·재벌총수·언론사사주·노조지도자들도 행여 아집과 독선을 부리거나 정쟁이나 밥그릇 싸움을 하지 말고, 합심하여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앞장서기를 바란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