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적 의미의 무죄선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
지난 21일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오모(22)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병역법 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는 그동안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판례를 깨고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어서 그 논란을 더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란 징집대상자로서 종교적 혹은 양심적 동기로부터 나오는 깊은 신념에 따라 군복무 혹은 다른 직·간접적인 전쟁 및 무력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며 약 1천7백여 명의 젊은이들이 감옥에 수감되어 있고 매년 6백여 명 정도의 양심적 병역거부 자가 발생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복역기간은 3년가량으로 출소 후 전과로 인해 공무원 임용 자격이 박탈되고, 취직에 불이익을 받는 등 사회적 차별을 받는다. 이로 인해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편, 이번 무죄선고로 인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대체 복무제도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반하지 않는 비군사적·민간 봉사적 성격의 분야에서 군복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의 정용욱(평화인권연대)씨는 “무죄가 선고됐다고 하지만 이는 선언적 의미일 뿐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따라서 현재 제도적 보완을 위해 지난 2000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대만을 방문해 시행 경과를 살펴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헌법에는 대한민국 모든 성인 남성에 대한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국민의 권리를 우선시한 것으로 그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의무만을 강조해 왔던 기존의 입장을 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측은 ‘이제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이 수호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반기는 반면 후자는 양심적 병역 거부 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도 도입에 있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법원은 병역거부자들의 인격적인 양심적 결정 과정과 설득력 있는 설명, 거부 결정 전후 이와 관련된 사회활동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판단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뚜렷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은 선고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실제로 오모(22)씨와 같은 종교 신자로서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23)씨에 대해서는 ‘소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이처럼 명확하지 못한 판단 기준은 일부 병역 기피자들에게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말 것이다.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