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신 어른들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예의를 모른다고 불만이다. 하기야 그분들이 자라온 시절과 오늘날을 비교해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필자 같이 약간 쉬어(?)버린 세대가 보기에도 예전과 다른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다소 혼란스럽다. 물론 60∼70년대와 지금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때는 그래도 지금처럼 젊은이들이 예의가 없지는 않았다.
당시의 젊은이들은 어른들 앞에서 기본적인 예절은 어느 정도 지켰다. 그런데 요새 보면 나이 드신 어른들 앞에서 담배피우기 일쑤요, 인사도 고개만 까닥거리거나 모자 쓴 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런 경우가 한두 가지 아니다. 심지어 70대 이상의 어른들 앞에서 키스도 서슴지 않는다. 서양 풍조를 따르는 세태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가 지나치다. 도무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키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만 있는 장소라면 멋있고 찐하게(?) 하라. 이에 대해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른들 앞에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여기는 한국이지 서양이 아니잖은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절은 지켜야 한다.
현재 우리의 실정이 이렇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2001년 아시아 모 단체에서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가 부모 효도와 어른 공경에서 꼴찌를 했다고 한다. 이제 ‘동방예의지국’이란 간판은 내려진 상태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금년 8월초 경기도 교육청에서 주관한 경기도 초등교원 효 체험교육 직무연수에 출강한 적이 있었다. 의례(주로 관·혼·상·제례)와 예절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선생님들 태반이 의례 절차와 방법, 의미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연수에 참가한 교감 선생님 한 분이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 예절관을 세우거나 세울 예정인데, 자기네들은 배운 바가 없어 어떻게 운영·교육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을 듣고 문제가 대단히 심각함을 느꼈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이 이러한데 대학인들 예외일 수 있겠는가? 교내에서 학과 교수나 담당과목 교수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하는 학생이 비일비재하다. 설령 인사를 하더라도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하거나, 모자를 쓴 채 하는 학생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 앞에서 버릇없이 굴거나 공손하지 못한 학생도 있다. 학생 본인의 잘못도 크지만 부모와 선생이 잘못 가르친 책임도 있다. 선생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선비의 예절이 소홀하고 거만해져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미암일기}에 그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어제 예조에서 계(啓)하기를… ‘중종조 이전에는 선비들이 사처(私處)에서 서로 볼 때에는 존자(尊者)에게만 절할 뿐 아니라 장자(長者)에게도 절하는 사람이 많아서 장유(長幼)에 순서가 있고 공손한 것이 풍속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20·30년 내로 인심이 예전과 달리 야박해지고 선비들의 풍습은 날로 예절을 소홀히 하고 거만한 데로 흐르며, 민간에서는 형이나 장자뻘 되는 사람을 보고도 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집(父執)이나 존자를 만나더라도 서로 읍만 하는 자가 때때로 있습니다. 이것은 조관(朝官)이 사례(私禮)에서 읍하는 것만 보았고, 공례(公禮)에서 공순한 것을 알지 못하며, 도로변이나 맨땅에서 절하지 않는 것만 보았고, 대청이나 방에서는 절을 아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그 버릇이 점차로 몸에 젖어들어 마침내 교만하고 거만한 풍습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소속 관청에 명하시어 여러 대신이 논의하여 자상히 정해서 시행케 하여, 예절에 소홀하고 오만한 풍습을 개혁하여 공손하고 화순(和順)한 기풍을 조성하도록 하오면 그보다 다행한 일이 없겠사옵니다’ 하고 주상께 아뢰었다. 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였다.”
이처럼 당시 선비의 예절이 무너져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기}에 보면 ‘예가 인간의 몸에 중요함은 마치 술에 누룩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이 있다. 예는 인간사회에 질서를 부여하여 원활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술에 누룩이 있어서 발효되어 술로서의 구실을 다하게 하는 것과 같다. 예절이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도리이다. 인간은 이 예절을 지키기 때문에 예로써 신뢰하고 친목을 두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은 옛날로 말하면 선비이다. 선비인 대학생이 예절을 모르거나 행하지 않는다면 이나라가 어떻게 될 것이며, 훗날 자식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겠는가? 2학기가 시작되었다. 대학생으로서 선생님께 제자의 예를 갖추어 행하면서 열심히 공부에 임해 주기를 바란다.
선비 대학생 파이팅!
송재용<동양학연구소·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