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이야기 - 미암일기(眉巖日記)를 중심으로

23.건강에 관심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40대 초반까지는 건강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건강에 대해 과신을 하거나, 아니면 생존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건강에 신경을 쓸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체력의 한계를 심각하게 느끼게 되면 마치 뜨거운 물에 덴 것처럼 깜짝 놀라 그때부터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항상 건강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진단과 함께 몸과 마음을 강건(强健)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세상에서 어디 그러한가? 문제는 본인의 결심과 실천여부에 달려 있다. 『미암일기』에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신은 어려서부터 족질(足疾)이 있어 잘 걷지를 못했었는데, 장년기에 조정에 있을 적에는 오히려 견딜 만 하더니, 지금 노쇠하고 보니 걸음 걷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사장(辭狀)에 쓰기를 ‘신은 젊어서부터 고질병인 냉증이 있습니다. 작년 겨울 성묘를 하려고 남쪽을 가고 오고 하면서 오랫동안 찬바람을 쏘인데다가, 지난밤부터 찬바람을 쐬었더니 머리도 무겁고 사지도 쑤시고 아프며 정신과 기운도 어지럽고 하여 열흘 사이에는 쉽게 낫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였다.… 어제 명의 나사균이 내 두 손의 맥을 짚어보더니 감탄하여 말하기를 ‘완고하면서 늘어지게 뛰니 가장 수할 징조입니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큰 병을 앓고 난 몸은 주색을 삼가고 찬바람을 피하고, 식후에 걸어야 하며 열을 나게 하는 고기는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상공(相公 : 이탁)이 ‘참으로 옳은 말이라’하며, ‘영공(令公)의 몸을 조섭하는 방법을 들어 봅시다’ 하므로, 내가 ‘20년 전부터 얼음을 먹지 않아 지금껏 40년 동안 뱃속의 병이 없었다’고 하였다. 상공이 또 나의 침식을 묻기에 대답하기를 ‘48세부터 비록 겨울밤일지라도 땅거미가 질 무렵 즉시 눕고, 음식은 젊어서부터 늙도록 4~6합에 지나지 않는데, 가감이 없고 밥맛이 좋다’고 했더니, 상공이 ‘영공은 반드시 장수할 것이요’ 하였다.… 내가 진언하기를 ‘임금의 도리는 심덕을 기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사옵고 기체(氣體)를 기르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없습니다. 춘하추동 네 계절 중 오직 여름이 조섭하기 어렵습니다.… 대개 여름에는 양이 밖에서 치열하고, 음이 속에 엎드려 있으므로 뱃속이 매우 찹니다. 그러므로 냉수나 빙수 같은 것은 절대로 마시지 말고 항상 더운 물을 마셔 뱃속을 덥게 하면 저절로 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 옛사람이 이르기를 식후에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경락의 막힌 기운이 통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지금 비록 백보까지는 안 걸을지라도 마땅히 조금씩 걸어서 혈기를 유통하게 하오면 모든 병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원컨대 유념하소서’ 하였다.… 내가 어제부터 얼굴의 좌측에 종기가 생겨 허준의 말을 듣고 지렁이즙을 발랐다.”

유희춘은 족질과 냉증으로 고생하였기 때문에 항상 건강에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동안 종성에서 유배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건강상태가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누구보다도 더 건강에 신경을 썼으며, 양생법이나 의술에 관심도 많았고 그 지식도 상당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물론 대부분 의원의 진맥과 처방을 받고 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구나 동료, 젊은 임금인 선조에게 건강과 섭생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신의 건강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그였던지라, 몸에 이가 많으면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속신까지 믿었다. 다소 황당한 면도 없지 않지만, 유희춘이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고 건강하고자 노력하였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인지 유희춘은 당시로는 비교적 장수의 나이에 속하는 65세까지 살았다.
조선시대 사대부들 태반은 양생법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황이다. 유희춘 역시 양생법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처럼 우리 선인들도 건강에 신경을 썼다. 하물며 의학이 발달하고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오늘날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겠지만, 지금은 조선시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자신의 건강문제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 유희춘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병원에 가서 수시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필자도 40대 중반까지 건강을 과신하고 돌보지 않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지금 건강이 그리 좋지 않다. 앞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병원에도 수시로 가서 몸상태를 체크해 보려고 한다. 건강이 재산이다. 우리 모두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자. 건강해서 남주나? 특히 무더운 여름날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학생들이여! 건강에 유의하자.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실장)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