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

35.복잡한 증권시장

단순한 투자로는 이익을 얻기 힘든 증권시장
지난 7월 8일은 이른바 옵션 최종 거래일이었다. 이 날은 KOSPI200 지수를 근거로 하는 주가지수옵션 중에서 2004년 7월물이 마지막으로 거래된 날이다. 주가지수옵션은 주가지수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를 놓고 거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지수선물과 달리 주가지수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고, 주가지수를 거래할 권리를 놓고 거래하는 것이다. 어느 투자자가 주가지수선물 1계약을 100포인트에 샀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이 투자한 금액은 7백5십만원(=100포인트×50만원×1계약×15%)이다. 만일 7월 8일이 주가지수선물 최종 거래일이고, 그날의 마지막 KOSPI200 지수가 99포인트였다면 이 사람은 손해를 본다. 손해 금액은 50만원[(100포인트-99포인트)×50만원×1계약]이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이 날은 주가지수옵션 최종 거래일이다. 따라서 주가지수옵션에 대하여 손익계산을 해보기로 하자. 주가지수가 오르면 돈을 버는 콜옵션을 100포인트에 7백5십만원 어치 산 경우는 완전히 망한다. 콜옵션은 주가지수가 적어도 100포인트에다가 자신이 지불한 권리금액(프리미엄이라고 한다.)을 더한 가격보다 높아야 이익이 나는데 최종적인 KOSPI200 지수가 오히려 하락하면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 그러면 주가지수가 내리면 먹는 풋옵션을 사는 경우는 이익을 보게되는가? 주가지수만 보면 이익이다. 100포인트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샀는데 주가지수가 99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현재의 시세보다 더 비싸게 매도할 권리가 있으므로 비싸게 팔면 이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남은 문제가 좀 있다. 주가지수만으로 이익을 계산하면 (100포인트-99포인트)×10만원×계약수 만큼이지만, 이 것이 처음 풋옵션을 살 때 지불했던 권리금액보다 커야 실제 이익이 발생한다. 만일 권리금액이 1포인트이면 7백5십만원으로 75계약(=7백5십만원÷10만원÷1포인트)을 살 수 있고, 이익 금액은 7백5십만원이다. 결과적으로 풋옵션을 1포인트 이상에 사면 본전이거나 손해를 보고, 1포인트 미만으로 사야만 이익을 보게된다. 주가지수옵션으로 돈을 벌기가 만만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옵션 최종 거래일은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우선 프로그램매매가 고려 대상이다. 프로그램매도가 많이 나오면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프로그램매수가 많으면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므로 프로그램매매가 어떨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증권거래소의 통계로 추정하면매수의 경우 약 7천억원, 매도의 경우 약 5천억원이 주문으로 나올 수 있는데 어느 것이 많이 나오는지는 이 날의 주가지수와 주가지수선물 가격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즉, 주가지수보다 주가지수선믈 가격이 더 높으면, 프로그램매수가 많이 나올 것이다. 반대이면 프로그램매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8일의 경우 주가지수선물의 가격이 더 낮은 백워데이션이 지속되었다. 이것은 대형 기관투자가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주식 포트폴리오를 매도하고, 싼 가격의 주가지수선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의 기회를 제공한다. 차익거래는 일단 거래하고 나면, 주가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예정된 이익을 실현하는 거래이므로 수 많은 기관 투자가가 노리는 기회이다. 그 날은 실제 프로그램매도가 압도적으로 많이 거래되었다. 다음에 생각할 중요한 것으로는 주가지수합성선물과 주가지수의 관계이다. 주가지수합성선물이라는 것은 주가지수옵션을 몇 개 사서 주가지수선물과 같이 만드는 것이다. 즉, 콜옵션을 팔고, 풋옵션을 사면 선물매도와 같다. 반대로 콜옵션을 사고, 풋옵션을 팔면 선물매수와 같다. 만일 합성선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으면 차익거래(컨버젼이라고 한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이 경우 합성선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면 주가가 오르던 내리던 항상 일정한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차익거래는 그 날의 마지막 시간 중에 합성선물 부분이 주식으로 전환된다. 앞의 예에서 합성선물 매도가 주식매도(프로그램매도)가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옵션 최종 거래일의 마지막 시간 프로그램매매 주문에 대해서 그 내용을 미리 투자자에게 공표하는 사전보고제도가 있는데 이 역시 주가지수가 마지막에 올라갈지 내려갈지 판단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투자자는 이 모든 내용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야만 단기적인 주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대한 예측이 단순히 좋은 상장회사를 고르는 것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권시장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 단순한 투자로는 이익을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