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화해와 진상규명을 위한 중립적 자세 필요
지난 16대 국회에서 ‘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과거사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난 7월 조사대상과 친일행위 정의 등에 대한 개정안이 17대 국회에 제출됐다.
이후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 ‘과거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만들 것과 과거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 과거사 논란이 불거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추진한 13개의 법률안은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엇갈려 개별적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특위 설치를 제안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80년에 있었던 언론인 강제해직과 언론통폐합 사건 등 언론사 과거사 진상규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국가정보원은 과거사 재조사 대상을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 장준하 의문사 사건 등 총 13개 사건을 선정했다. 이로 인해 각 기관의 과거사 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은 선친의 친일행각이 언론에 공개되어 파문이 일자 의장직을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과거사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바꾸고, 역사 청산은 국민의 통합과 미래를 위한 것이며 누구를 처벌하고, 보복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며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의도 변질을 우려하는 입장에서 여권 공세가 강해짐에 따라 정국 주도권 고수를 위해 과거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친북·용공까지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이 논란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찬성과 반성에서 조사 대상 범위와 과거사 조사 기구 성격에 대한 논란으로 바뀌었다.
또한 김희선 의원의 독립군 손녀사칭시비, 이미경 의원 부친의 일본헌병 근무 사실 등에 대한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이는 진실을 드러낸다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그 대상이 여당 지도부 인사들에 편중되어 있고, 인권 모독적인 발언과 욕설, 불분명한 사실을 퍼뜨리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정치 상황에 따라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태도를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이는 과거사 진상규명을 정쟁으로 만들어가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사 진상규명을 통한 국민통합이 무색해 지고 오히려 정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기구가 독립적인 기구로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진상조사기구를 국가기구화할 경우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은 이제 정쟁을 떠나 분명히 짚어야 할 문제이다.
과거사 문제는 문민정부 이후 계속 부각됐던 문제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이다. 물론, 그 해결에 있어 과거사가 정략적 목적에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과거사에 대한 정략적 접근은 과거 진상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 진상규명의 당초 목표는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그 목표에 맞게 과거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법안 명칭을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으로 정했으며 법의 초점을 처벌이 아닌 포상과 명예회복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맹목적인 족보 캐기, 마녀 사냥적인 태도가 아닌 명백한 진실을 밝혀 낼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