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뉴스


아이들이었습니다.

새 학기에는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기특하다며
활짝 웃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리고 선생님이 반가웠을 뿐입니다.

개학식 중 들이닥친,
총을 든 수십 명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웃음을 울음으로 바꾸었습니다.

아비규환이라 했습니다.

먹지도, 씻지도 못했던 52시간 동안
아이들은 엄청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그게 어떤 잘못인지는 두 번째입니다.

그들이 인질로 잡고 있었던
수백 명에 달하는 인질들은
눈망울 맑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학교 바깥도
아비규환이었습니다.

한 순간도, 한 줄기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힘찬 발걸음으로 학교를 갔던
내 딸이, 내 아들이, 내 동생이
총칼 앞에서 울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들도 울부짖게 했습니다.

싸늘하게 돌아온 아이의 주검 앞에서
주저앉아 오열하고 또 오열했을 것입니다.

수십 년 이어진
체첸과 러시아의 대립은
결국,
어마어마한 희생을 낳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이념의 문제이든 경제적 문제이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여,
간절히 기도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피로 얼룩진 뉴스가 더 이상은 없기를
바라고 바라옵니다.

2004. 9. 3.
어린 영혼들과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