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바로보기 ⑮한류열풍

배용준은 없고 욘사마만 있다



보아가 일본에서 인기가 있고, 배용준이 욘사마로 불리고, 김남주가 광고하는 화장품은 동이 나고, 강타의 스토커는 한국어를 배운다. 신문에서 한번 쯤 들어 봤을 법한 타이틀이다.

지난 번 일본 여행 중 들렸던 시부야 거리에는 온통 보아의 신보 배너의 물결이었다. 얼마나 많은 홍보비가 들었을까 하는 생각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아의 음반을 살까하는 의구심이들 정도였다.

1996년부터 시작되는 한류의 열풍이 다시 관심이 되고 있는 건 동남아를 시작으로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옮겨 가면서 인 것 같다. 이 한류의 흐름에도 나름대로 차이점이 있다.

학부의 전공이 중국학이었던 나는 2000년도에 상하이에서 교환학생을 하게 됐다. 그 당시 중국 내 한류열풍은 정점에 다달아 있었다. N.R.G 며 H.O.T, 안재욱의 이름 정도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이러한 한류스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화려하고 춤을 잘 춘다는 이유에서 젊은이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중국에 H.O.T가 공연하기 전에는 어떤 중국가수도 그렇게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요란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댄스그룹은 없었던 것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비주얼적으로 충격을 받았으며 그것은 곳 모방으로 이어졌다. 모두 형형색색의 컬러로 염색을 하며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통큰바지들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인기를 얻는 가수들도 한국에서는 대부분 인기가 주춤거리고 있던 댄스그룹들 이었다. 내가 한국학생으로 중국에서의 한류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이 모습이었다. 한국의 다른 음악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빠른 비트의 댄스음악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모습은 가끔은 아쉬움을 넘어 답답한 심정까지 들게 했다. 이렇듯 중국 내 한류열풍은 가수들의 선발대 였다면- 비록 그 시작은‘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 였지만- 일본의 한류는 욘사마로 대변된다.

나고야의 시내 한가운데 배용준의 광고 전광판을 보게 됐다. 도쿄거리 한가운데 보아의 배너를 보게 됐다. 7월 용평리조트에서 수많은 일본 관광객과 중국 관광객들은 배용준이 앉았다는 그 벤치에서 사진을 찍어대고, 최지우 목걸이를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더 놀라운건 그들의 나이는 모두 중년의 아줌마 부대들이란 사실이었다.
배용준이 겨울연가로 인가를 얻기 시작해서 박용하가 제 2의 욘사마가 되고, 원빈이 합작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장동건이‘태극기 휘날리며’로 일본을 방문한단 소리를 들었지만 보아 이외에 다른 가수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단 소리를 들어본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중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의 한류는 가수가 아닌 한국의 배우 그것도 남자 배우들이다. 다시 중국의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자유시장경제의 중국은 무분별할 만큼 수많은 외국의 문화들이 짧은 순간 스며들기 시작했고, 한국인들이 일본에 가지는 반감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일본에 대한 생각은 한국 가수들 혹은 한국 문화에 쏠리기 시작했고 젊은 중국 아이들에겐 시각적 충격을 지닌, 이전까지 중국가수들은 보여주지 않았던 화려한 댄스를 겸비한 한국가수들의 댄스음악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음악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선 경우가 다른다. 일본에선 보아가 성공했단 소리는 들어도 H.O.T가 성공했단 소린 들을 수 없었다. 지금 일본의 트렌드는 H.O.T 나 N.R.G 같은 댄스그룹은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역시 비슷하다. 우리보다 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은 TV드라마 역시 우리 보다 먼저 다양한 소재들로 수많은 장르를 다루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뮤지컬드라마나 호러드라마 같은 것 역시 한국보다 몇 해 먼저 시도된 것 들이다. 그러니 이젠 거의 모든 스타일의 드라마를 보여줬으며 장르와 소재의 고갈이 생겨나게 된 것 이다. 그런 일본사람의 마음에 가을동화나 겨울연가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이며, 애잔하고 순진할 만큼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일본 여인 특히 아줌마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당연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멋지고 잘생긴 남자배우들의 드라마 속 슬픈 사랑의 여주인공이 일본 한류의 주역들이다.

너무도 다른 두 한류의 모습 속에서 지금의 트랜드 속에서 경쟁하고 인기를 얻고 있는 보아의 모습은 조금 다르게 보여 진다. 일본은 지금 화려한 댄스곡으로 중국에 진출하지 않고, 한국은 단지 슬픈 사랑이야기만으로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서 나오는 결과가 진짜 경쟁의 한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경쟁은 대등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거니까 말이다. 지금의 시작이 더 넓은 의미의 한류의 모습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