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37 이자와 이자율

이자율은 경기 조절하는 힘 가져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이자율이 조금씩 인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이자율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의 경우 경기가 회복되면서 투자가 늘어나 돈의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우리의 경우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다들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자율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콜금리 운용목표이다. 콜금리는 금융기관사이에 단기적인 자금 수요를 조달하기 위해 형성된 시장이다. 여기에서의 이자율은 한국은행의 이자율에 관한 정책방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은행은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금융기관에 대출을 하고, 은행이 받은 예금의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서 예치하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는 직접 시장에 거래자로 참가하여 증권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수행한다. 이 때 정해지는 이자율은 콜금리 등 단기금융시장의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를 통하여 금리 운용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기조절은 주로 한국은행이 공급하는 통화량의 규모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이루어 졌다. 당시에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웠고, 정부가 이자율을 직접 규제했기 때문에 이자율로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았다. 이자율은 정부의 신용할당(credit rationing) 정책 하에 균형수준 이하에서 결정되었고, 마치 배급을 하듯이 한정된 자금을 수요자에게 나누어주었다.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운용위원회를 매월 개최하고 콜금리 목표를 발표한 것은 1999년부터이다.
알다시피 이자는 돈을 빌린 사람이 그 대가로 주어야 할 것으로서 빌린 돈의 가격이다. 물건을 살 때 가격대로 돈을 내듯이 돈을 빌릴 때에도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경제의 논리대로 생각하면 돈의 가격인 이자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돈을 빌릴 사람이 많다면 수요가 많으므로 돈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반면 수요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공급이 많아져서 돈이 넘쳐 난다면 이자도 낮아질 것이다. 이자율은 빌린 돈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므로 이자가 오르고 내리는 것과 이자율이 변동하는 것은 같은 개념이다. 이자율은 거래되는 방법과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르다. 개인간에 돈을 거래한다면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이자율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통상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이자율은 다르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이자율은 거래 당사자 뿐 아니라 같은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다른 사람은 물론 나아가서 국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간 돈을 거래할 때에도 엄청난 폭리를 규제하는 마당에 금융시장에서의 이자율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이유는 이자율이 변동했을 때 국민경제에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자율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되어 돈이 필요한 부분에 전달되도록 한다(자금분배기능). 즉, 이자율이 오르면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고서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다. 당연히 금융시장에서 빌린 돈의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곳으로는 돈이 가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은행의 이자율도 되지 않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다. 기업가가 투자를 하는 경우 여기에서 발생할 것 같은 예상수익률을 투자의 한계수익률이라고 하는데 은행의 이자율이 이것 보다 높으면 돈을 빌려서는 안 된다. 또 이자율이 오르면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서 예전보다 많은 대가를 받기 때문에 저축이 늘어난다. 이자율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건을 만들 때 이자가 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자율이 오르면 소비보다 저축이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든다. 전자는 물가를 오르게 하고 후자는 물가를 내리게 하는데 대체로 후자의 영향이 커서 물가를 내리는 것이 우세하다고 한다. 즉, 이자율의 인상으로 원가상승보다는 수요감소가 더 커서 물가를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또 이자율의 변동 방향과 주식가격은 반대로 움직여서 이자율이 오르면 주가가 하락한다. 이렇게 이자율은 상품의 가격, 저축 및 투자, 주가 등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되므로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거나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경기조절기능을 가지게 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choica@kse.or.kr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린 지난달에 소비자물가가 3년여 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콜금리 인하를 둘러싼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