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쟁점-싸이월드 중독

관음증, 노출증, 익명성이 만들어 낸 기묘한 중독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열풍에 따라 대학가와 기업의 컴퓨터 사용에 비상이 걸렸다. 대학교는 컴퓨터 관련 수업 시간에 미니홈피를 관리하는 학생들로 인해 수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교수들이 미니홈피 관리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정도다.
또한 온라인 취업정보회사 ‘사람인’이 직장인 6백5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 일과 중에 홈피를 관리하는 직장인이 10명 중 7명이나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 계열사, 대우 일렉트로닉스 등의 회사들과 일부대학 전산실에서 싸이월드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미니홈피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다보니 대중의 기대에 민감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들 또한 홍보 수단으로 미니홈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는 대중의 반응을 쉽게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층을 겨냥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싸이월드에 처음 미니홈피 서비스가 생길 당시 1백만 명이었던 회원수가 점차 증가해 2004년 6월에는 9백만명을 넘어서면서 미니홈피가 가지는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개인 미디어의 한 종류인 미니홈피는 개인 홈페이지를 축소한 형태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니홈피가 중독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심리와 남의 생활을 보고 싶어하는 관음증, 내 생활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노출증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을 통해 극대화 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1인당 한 달 평균 사용기간은 4백분으로 타 사이트 1인 한달 평균 사용기간이 12분임을 비교 해 볼 때, 33배나 많은 것이다.
그러나 미니홈피에 사진과 일기, 친구들이 남긴 방명록 등이 공개됨으로써 모르는 사람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니홈피만 들어가면 처음 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신상명세는 물론 애정문제, 성적문제 등 민감한 문제까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최근 프라이버시 기능을 추가해 사진을 일촌에게만 공개하거나, 사진을 마음대로 가져 갈 수 없게 하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완전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또한 미니홈피의 배경과 아바타(미니미)의 방을 꾸미는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는 ‘도토리’라는 일종의 사이버 머니를 사야 한다. 1개당 1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사이버 도토리를 판매해 싸이월드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지난해 80억원이며, 요즘도 하루 1억원 이상의 도토리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싸이월드는 네티즌으로 하여금 가상공간 속에서 대리경험 혹은 대리만족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솔직한 나의 모습을 표현한다기보다는 과장되고 이상화된 나의 모습을 투영한다. 싸이월드에 중독된 ‘싸이홀릭’ 증상은 현실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가상공간에 머물러 있고자 하는 욕구이다. 적어도 이 가상공간에서 만큼은 현실의 고단하고 지루한 일상은 밀려나고 ‘상상 속에 관중’을 향하여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간의 의사소통이 감소하고 실생활에서의 사회적 교류범위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싸이월드를 통해 느끼는 만족은 왜곡된 나로부터 느끼는 대리만족이다. 미니홈피 사진 속의 밝은 모습, 많은 인맥을 통한 높은 인기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이 현실의 내 모습과 다를 수 있다. 즐길 수는 있지만 거기서 살 수는 없는 놀이공원처럼 영원성이 없는 가상공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면, 나중에 껍데기 뿐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미니홈피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맥을 만들어 나갔다면, 그것을 오프라인에서 생생한 나의 모습으로 현실화 시켜가는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이런 사회적 교류와 소통이 있을 때 비로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처음 취지가 이루어 지게 될 것이다.




▲한달 평균 4백분을 미니홈피 관리에 소요하고 있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