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액션 영화 ‘본 슈프리머시’


대중문화 바로보기 16-폴 그린그래스의 ‘본 슈프리머시’

위의 제목은 영화 <본 슈프리머시>의 맷 데이먼을 보고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묘사한 문구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문구를 본 나는 영화를 본 후 이렇게 적절한 문구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제가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으로 거론된 첫 번째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제이스 본 역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려 보인다는 점과 냉철한 킬러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는 따위의 단점을 극복해야 했지요, 하지만 이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동안의 수많은 액션 영화 킬러들과는 차별화되는 킬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맷 데이먼의 인터뷰 내용이다. 차별화 된 킬러의 모습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

혹시 <본 슈프리머시> 이전의 <본 아이덴티티>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다른 액션 영화와 조금은 다른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후속작처럼 느껴지는 <본 슈프리머시>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게의 사람들이 <본 슈프리머시>는 <본 아이덴티티>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맷 데이먼이 말하는 그 차별화란 오히려 <본 슈프리머시>에서 더 드러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액션 영화의 최고로 꼽히는 ‘007시리즈’를 보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대 눈을 땔 수 없게 만든다. 풀 옵션을 갖추고, 거기다 세상 처음 보는 성능을 갖춘 자동차에 코믹한 기술요원들이 만들어 내는 특수한 물건들- 예를 들어 무전기 만년필이라든지 반지 카메라 같은 것-그리고 명품의 옷과 끊이지 않는 미녀들 출현이 그 이유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액션 영화 더구나 시리즈로 진행되는 액션 영화일 경우는 더욱더 이런 공식의 영화들 투성이 였다.
고독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 <레옹>의 주인공 레옹은 고독하기 보단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약간은 어설퍼서 인간적인 그런 모습 화분에 물을 주며, 우유를 마시는 킬러의 모습이 그런 인간적인 모습의 대표적 예가 아닐까? <본 슈프리머시>의 제이스 본의 모습은 위의 두 액션 영화의 주인공과는 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좋게 말하면 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심리적 측면의 강조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본 슈프리머시>의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이란 상황 자체가 위 두 주인공과 다르며, 거기서 발생되는 이야기 전개가 당연히 자기 정체성과 본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재가 다른 조건적 차이를 남겨두고 영화에서 보여 지는 다른 차이를 바라보면 위에서 열거한 디지털 시대의 모습의 ‘제임스 본드’의 아날로그 시대로의 전형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007>의 ’제임스 본드’는 고가의 시계와 최고의 수트를 입고 일을 한다. 심지어 바다 속을 들어갈 때도 몬가 다른 잠수복을 입는다.
하지만 <본 슈프리머시>의 ‘본’은 지극히 평범한 의상들이다. 목이 늘어진 티셔츠라던지, 누구나 입는 반바지차림의 조깅이라던지 하는 거부감 없는 모습의 차림이다. 그것은 곳 업무를 수행하고 어느새 거리 속에 묻혀버리는 ‘본’의 타인 속 모습일 수 도 있다. 또 영화 뿐 아니라 실제로 시동만 걸어도 자동으로 네비게이션이 작동하는 요즘 그는 지도를 펼쳐들고 운전을 한다. 노트에 메모를 해서 기억을 더듬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주소를 찾아내는 ‘본’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는 <메트릭스>의 비현실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007>에서의 날개가 튀어나오는 자동차와 같은 모습은 없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기사를 검색하고, 상대의 휴대폰에서 정보를 훔치기도 하며, 수없이 모니터링되고 있는 감시카메라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아날로그 액션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상상 속에 존재하는 다소 유치한 물건의 도움도 없이 사람의 힘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이다. 자신이 죽인 첫 임무의 생존자를 찾아가 너의 부모를 죽인 사람은 나라고 속죄하듯 고백하는 장면이 그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찾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둑거리며, 추격전이 끝나고 찌그러진 자동차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가공된 주인공이 아닌 ‘본’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김명범<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 5>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