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쟁점- 인터넷종량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인터넷종량제’


대학생 김유식 군은 지난달 인터넷 사용 요금이 20만원 가까이 청구됐음을 보고 부모님 몰래 사용요금 청구서를 감췄다. 처음엔 자신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밤새 컴퓨터 채팅에, mp3 다운로드 프로그램에서 신곡 스무 곡을 다운 받았다. 또 친구의 미니홈피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 구경을 했다. 김유식 군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하루에도 한 시간 이상은 컴퓨터 앞에 사는 그에게는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요즘 그는 요금이 비싼 대기업의 초고속통신망 대신 비교적 값이 싼 지역 케이블 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가상해 본 것이다. 지난 9일 정보통신부 (이하 정통부)는 오는 2006년 상반기부터 인터넷 종량제 실시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많이 쓴 만큼 요금도 많이 내야 한다’라는 인터넷 업체들의 의견은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에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사용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손세일(자연과학대학·정보통신학부·컴퓨터과학전공) 교수는“향후 10년 안팎으로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소위 백색가전에서의 인터넷 사용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는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는 셈이다.
소비자의 거센 반발 속에서 인터넷 업체의 입장은 이렇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천만 명에 이르면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인터넷 사용량은 계속 늘어 가입자 1인당 수익률이 떨어져 기존의 정액요금제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상태이다. 따라서 인터넷 종량제 실시로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도 늘어나면 그만큼 수익률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종량제 실시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많다. 불법복제 및 음란물 유통 등 불필요한 인터넷 사용이 줄어들고, 초고속인터넷 기업의 성장에 따라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한 데이터량을 기업이 얼마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가’하는 소비자의 질문에 기업은 ‘이전에는 사용자가 주고받은 데이터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종량제 도입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용자 인증시스템을 도입해 정확한 사용량을 파악하는 방안을 내년 상반기안으로 전면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대응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다. 네티즌들은 종량제 실시보다 초고속인터넷의 서비스와 품질보장의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량제를 실시한 외국의 선례를 보더라도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사용자들의 요금부담은 크게 증가 했다. 종량제의 실시는 사용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늘지만 인터넷 방송이나 온라인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반면 정통부는 기업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정액제 요금제에 익숙한 사용환경과 습관에 따라 심리적 반감이 클 수 있다며 ‘부분 종량제’ 실시여부에 더 큰 관심 두고 있다. 부분 종량제란 휴대전화 요금처럼 기본 사용량에 대해서는 정액요금을 받고, 추가 이용에 따른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 형태이다. 하지만 이는‘완전 종량제’도입을 위한 시험단계일 뿐이다.
이미 주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은 2005년부터 ‘종량제’와 ‘부분종량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기업은 정액제냐 종량제냐의 논쟁보다는 적게 이용하는 사람들의 요금부담이 줄어드는지 아니면 전반적인 요금부담이 늘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종량제는 정부와 기업자간의 논의로만 끝 날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반발 여론을 극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자칫 종량제를 우회적인 요금인상에 이용하여 고객 길들이기 차원으로 악용되는 일은 방지해야 한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