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이야기 - 미암일기(眉巖日記)를 중심으로27.
학교 교육을 올바르게 하라
금년 8월 27일 교육부에서 대입 개선안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입 전형에서 출신 고교의 우열을 가리는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고교등급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주장과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고교등급제가 불가피하다는 일부 대학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 입학처장 고교 교장 학부모 대표 교육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입제도 개선위원회를 열고, ‘고교등급제 논쟁은 심각한 국민적 교육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목고 등 우수 학교 재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현재의 교과 성적 우수자 특별전형 등을 확대하고, 대학이 학생들의 대학 입학 후 학업성취도를 분석해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며, 대학 단위로 이루어지는 입학 전형을 단과대학 학부별로 세분화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의 하나가 교육제도 그 중에서도 대학입시제도 개선이었다는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제발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아 시행했으면 한다. 그래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예기』에 보면 ‘배운 뒤에야 부족함을 알고, 가르쳐본 뒤에야 교육이 어려움을 알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배운 뒤에야 자신의 지혜가 부족함을 알 수 있고, 남을 가르쳐 보아야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고 교육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이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아무튼 조선시대에도 지금처럼 학교 교육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미암일기』에 있어 소개한다.
“전교가 이조에 내렸다. ‘근래에 도를 가르치는 유자(儒者)의 선발이 모두 문사(文詞)를 숭상하는 사람들뿐이요’ 덕을 닦고 학문에 밝은 선비가 선(選)에 참여한 것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태학(太學)에 유학하는 선비는 모두 문예를 익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으며, 예의를 지켜 사양함으로써 서로를 높이고 도의로써 서로 규계(規戒)하는 일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유건(儒巾)을 쓰고 서책을 옆에 낀 자들까지 모두 벼슬길을 구하는 데만 마음을 두고 있다. 심지어 조정에서 매양 정사(政事)가 있어 명단이 한번 내려오면 부산하게 재(齋) 안에 모여 구경을 하니, 선비의 풍습이 이보다 더 더러운 때는 없었다.

절문근사(切問近思)의 학을 하지 않고, 한갓 시정(時政)의 득실에만 마음이 들떠 서 시사(時事)에 의논이 미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유명한 선비가 되니, 선비의 풍습이 이에 이르고서야 뒷날의 성취가 무슨 볼 것이 있겠느냐? 이것은 다 조정의 지도가 일정한 방향이 없고, 스승의 교훈이 밝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한양이 이와 같을진대 딴 지방의 타성(惰性)도 따라서 알 수 있는 것이다. 학교의 일은 힘쓰지 아니하였으니 어느 겨를에 보고 느끼게 하는 근본을 삼아 학교를 흥기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겠는가? 대개 학문이 정일(精一)하고 깊으며 처신에 법도가 있을 뿐 아니라, 아무리 궁색함과 화환(禍患)이 닥 치더라도 지조를 변하지 않는 자로써 사표(師表)의 책임을 맡게 한다면 반드시 보고 느끼며 흥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학행이 있어 넉넉히 사표가 될 수 있는 자를 지방관으로 등용시켜 풍화(風化)의 권을 부여하여, 여러 고을을 순회하면서 권면하고 교훈하게 하면 인륜을 두터이 하고 풍속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오직 이에 있을 뿐이다. 생원 진사나 학문으로 일을 삼아 한 고을에서 칭찬 받는 사람으로 교수나 훈도를 삼으면 온 고을 선비들이 또한 향교에 소속되기를 원할 것이요, 사방에도 역시 칭찬 받는 선비가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학문을 하는 순서는 『소학』보다 앞설 것이 없으니, 조종조(祖宗朝)에 있어서는 『소학』이나 또는 경서(經書)의 시험을 거쳐야만 마침내 입학이 허용되었다. 그런데 기묘년 뒤에 이를 폐지하고서 오랫동안 강의하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입학할 때에는 반드시 『소학』의 시험을 거치게 하면 벼슬하지 않은 유생(儒生)들이 저절로 학문의 향방 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을 단단히 타일러 경계하여 거행케 하라’ 하셨다.”
선조(宣祖)가 문사 위주 선발의 과거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일관성 없는 조정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였다. 특히 훌륭한 스승과 『소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학교 교육을 올 바르게 하라고 엄명을 내리고 있다.
『논어』에 보면 ‘옛날의 학자는 자기 수양을 위하고, 지금의 학자는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공부한다’는 말이 있다. 옛날의 학자는 오로지 자기 수양을 위하여 학문을 하였으나, 오늘날의 학자는 자기 수양보다 세상의 평판을 노리고 공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야 어디 제대로 공부한 것이라 하겠는가?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하고 배움에 임하도록 하자.
송재용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