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 39-
루미스의 투자미국을 발전시킨 루미스의 투자


투자에 관한 일화 중에는 유명 인사가 자주 등장한다. 거시경제학의 거두인 케인즈도 주식에 투자하여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끝까지 성공했는지는 미지수이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젊은 시절 주식에 손을 대었다가 낭패를 보았다고 한다. 완전히 깡통이 된 나머지 브로커에게 통사정하여 일부만을 돌려 받았을 정도라는 말이 들려온다. 인기 있는 미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 대통령도 주식과 관련이 있다. 다만, 본인 이야기가 아니고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이야기다. 대공황으로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수많은 자산가들이 몰락하였지만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는 살아 남았다. 일설에 의하면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중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 모든 주식을 팔아치웠다고 한다. 나중에 존 M. 케네디는 무정부 상태였던 주식시장을 정비하기 위한 증권거래법 제정에 기여했고, 미국증권위원회(SEC)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알프레드 루미스도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축에 속한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죽고 20년 연상인 사촌이자 후원자인 헨리 스틴슨에게서 자라났다. 법학을 전공하여 변호사가 되었지만 법에 흥미가 없어 월스트리트에서 직업을 구하게 된다. 이어 작은 채권중개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를 변형시켜 막대한 돈벌기를 시작한다. 수학에 강한 루미스는 자신이 고안한 투자공식을 이용해서 유망 산업을 선별하였다. 루미스는 주로 전력 생산용 발전기를 생산하는 업체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였다. 1920년대 당시 미국은 지방 전력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발전기 생산회사는 잘 될 수밖에 없었고 루미스의 주식도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루미스가 이끌던 투자그룹은 주요 은행과 철도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하여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정적인 성공은 대공황으로부터 찾아 들었다. 대공황이 나기 일년 전인 1928년에 거품의 붕괴를 예측한 것이다. 단순히 직감으로 예측한 것이 아니고 수학적 방법론을 이용했다고 한다. 루미스는 이 때부터 소리 없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주식을 판 돈으로 미국 정부가 발행한 장기 채권을 사서 모았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꾼 것이다. 1929년 10월 검은 목요일에 증권시장의 붕괴가 시작되고, 엄청난 주식이 휴지 조각으로 변하였지만 루미스는 돈방석 위에 앉아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돈으로 루미스가 처음 한 것은 뉴욕시 외곽에 있는 대저택을 산 것이었다. 턱시도 파크라는 곳에 위치한 이 저택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에 비교될 만큼 크고 장대하다고 한다. 그는 턱시도 파크의 저택을 당시 어느 대학도 장만할 수 없는 고가의 과학 실험장비로 채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소문이 퍼졌는데 주로 유럽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은 히틀러의 등장으로 흉흉한 분위기에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아 과학자가 여유 있게 지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루미스는 유명한 과학자들에게 일등석 비행기표와 안락한 연구 생활을 약속하는 편지를 보냈다. 루미스의 초청으로 미국에 온 과학자 중에는 아인슈타인, 페르미, 오펜하이머도 있었다. 그들은 루미스가 제공하는 롤스로이스 승용차에 안전함과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 그리고 다른 학자들과의 교류를 만끽할 수 있었다. 턱시도 파크의 저택에서 과학자들이 나눈 이야기는 미국의 과학 발전과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도 있다.
당시 영국은 현재 레이더의 원시 형태인 "진주"라고 부르던 장비를 개발했지만 이것을 발전시킬 인력도 돈도 없었다. 영국은 루미스에게 연락했고 루미스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전화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전이고, 오직 2.5%의 미국인만이 참전을 지지하던 상황이었다. 루미스는 자신의 돈을 들여 레이더 장비를 개발할 실험실을 MIT대학 캠퍼스 안에 만들었다. 그 후 미국 의회가 자금을 지원하고 정부 연구소로 발전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시작된 레이더의 생산은 연합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제작하기 위한 맨하탄 계획도 미국의 레슬리장군과 오펜하이머가 루미스의 연구소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중 시작되었다고 한다. 루미스는 주식으로 돈을 벌어 잘 먹고 잘 산 것만이 아니고 위대한 취미를 가꾸었다고 평가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