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40

정신의 힘 삶의 가치

“굴하지 않는 삶, 후회없습니다”

박 용 호 / 한국건설 CALS 상근부회장

C형! 그렇지 않아도 동문이나 학교 행사에 적극적이였던 나의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근황을 궁금해 하는 분이 많아 기회를 보아 아직도 건재함을 알리려 했는데 마침 단대신문 칼럼 난에 영광이 주어져 기쁜 마음으로 형과 지인들에게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새삼 인생이란 무엇이고 운명이란 어떤 것인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항로는 왜 고통이 수반되는지, 불가에서 사바세계는 고통의 세계라고 정의했듯이 난 근래 깊은 상념에 잠겼었습니다. 결국 인생행로는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님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형도 아시다시피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방송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단국인이 됐고, 전통의 단대방송국 아나운서로 VUNC(유엔군총사령부방송) 대학의 시간 MC를 맡게 되었고 그 집념은 KBS 아나운서로 이어졌지요. 91년부터 9년간 산업화시대로 점점 황폐화 되고 시름에 젖어있는 우리 고향 농·어촌에 희망과 용기와 소득증대를 또한,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어머님의 젖 냄새 같은 향수를 달래주는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의 주역으로 6시 내고향은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습니다.
C형! 때론 형처럼 모교에서 후학을 지도하면서 흔들림 없이 모교를 사랑하고 인재를 키우는 일에 전념하고 지금도 거기에서 보람을 찾고 있는 모습이 부러울 때도 있고 내 인생에 반성의 기회로도 삼고 있다오.

그러나 어찌하겠소. 이 또한 운명이 아니겠소. 방송이 아니면 죽는 줄 알았던 내가 급성장출혈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7이하로 떨어져 도저히 생방송이 불가능하고 30일 가량 입원해야 된다는 주치의의 지시도 무시하고 이틀 만에 6시 내고향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상황을 이겨냈던 독기가. 아주 건장했던 둘째 아이가 수능 15일을 남겨놓고 같은 반 아이와 말다툼 끝에 상대방 주먹에 급소를 맞아 의식을 잃고 급기야 오른쪽 마비의 장애를 입은 사건이 벌어졌어도 바보스럽게, 아니 너무나도 태연하게 6시 내고향을 진행했던 내가 어찌된 일로 갑자기 정계로 뛰어들었는지 그 결단과 용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형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충고를 매정하게 따돌리고 결국 난 그 험난하다는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고, 발톱 빠지는 줄도 모르고 100여리가 넘는 지역구를 누벼 드디어 당선증을 받던 일. 꿈속의 한 장면만 같게 생각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세인들의 험한 독설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나라에 큰 틀을 짜고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은 남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하는 경험과 보람도 적지 않았음은 후회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운명일까요. 선거법 위반 상대방의 고발로 2년2개월이란 짧은 의정생활을 접게 되었고, 난 생애의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뇌와 허탈과 분노와 억울함을 삭이느라 상당기간 질곡의 나날들이었습니다. 부처가 생로병사의 고통을 깨닫기 위해 설산에서 고행을 했고 본디오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지고 사흗날에 부활하신 예수의 고통을 입가에 뇌이면서 보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때론, 모두 벗어버리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비롯해 5권의 전집을 탐독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도 예수처럼 부활하리라’를 주술처럼 외웠다오. ‘나에게 일자리를 주십시오’, ‘무엇이든 다시 정열을 태우게 해주십시오’를 연방 되뇌이면서 이젠 지난날 인기를 누렸던 아나운서도 아니고 금배지를 달았던 의원도 아니고 다시 태어난 박용호라고……. 그 염원과 성의가 받아들여졌던지 전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금 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에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답니다. 한국건설CALS협회(Continuous Acquisition Lifecycle Support)는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사업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정보를 발주기관, 수주업체 등 관련 주체가 종이 없이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교환하고 공유하기 위한 정보화 전략이고 더 나아가 모바일, 멀티미디어, 무인화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건설기술과 융합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가는 선도 산업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C형! 인생유전이라고 할까요. 아나운서가 천직이던 내가 어찌어찌 이곳에 왔습니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이 어려운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지혜, 아니 선택이 아닐까요? 어느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두드림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굳은 문도 열리게 된다는 나의 삶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C형! 풀벌레가 가을을 노래합니다.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지만 유난히 빠르다는 것. 아름답기에 짧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더 훌륭한 모교와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형의 진솔한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못 다한 얘기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