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이야기 - 미암일기(眉巖日記)를 중심으로

28 관리의 충원이 시급 하옵니다

IMF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구조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즈음도 기업체에서는 인력 충원에 인색하다. 그러다보니 만성적인 실업인구도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대내외적인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때문에 그러하겠지만, 아무튼 경제적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호전되지 않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정치판에서는 경제회생이나 실업자대책보다는 예전처럼 밥그릇 싸움이나 주도권 싸움에 더 연연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무엇이 먼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것도 도외시하거나 망각한 채, 구태의연하게 싸움질만 일삼고 있으니 이들을 과연 국민의 공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앞에서 구조조정 얘기를 언급했으니 좀 더 사족을 달아야겠다. 구조조정이 능사는 아니지만, 구조조정을 해야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가운데 잘못된 구조조정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능력과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주로 50대 직원을 명퇴시키거나, 중간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40대 직원을 퇴출시킨 기업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러다보니 지금 일부 기업체 등에서는 중간허리 역할을 담당할 능력 있고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가 돌아가는데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는 기업도 있다. ‘군대 짬밥(원래는 「잔반」임)’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 짬밥(?)’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20-30대에서 갑자기 60-70대로 건너뛰는 것은 아니잖은가? 누구나 단계적으로 과정을 거치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인생경험이란 폼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얻는 것이다.
한편,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무능하고 태만하고 불성실한 사람은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노조가 이들을 감싸는 관계로 퇴출당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계속 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노조 나름대로야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노조는 집단 이기적이며 폐쇄적이고 밥그릇 싸움만 일삼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망하는데도 노조가 끝까지 강성으로 버티면 공멸하게 된다. 이래서는 노조나 기업 모두 살아남을 수 없다. 상생(相生)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Na(나트륨)와 Cl(염소)은 따로 따로 먹으면 죽는다. 그러나 합치면 NaCl(염화나트륨), 즉 소금이 되는데, 소금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조화의 원리요 상생지도(相生之道)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대기업노조를 ‘귀족노조’라고 하여 일부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노조나 기타 군소노조는 대기업노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이들 노조에 대하여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도 좋지만, 부서에서 인원을 충원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과감히 충원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잘 돌아가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미암일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강의가 끝나자 탑전에 나아가 아뢰기를 ‘신이 중종조(中宗朝) 때부터 시종(侍從)이 되어 보아왔사온데, 그때에 옥당(玉堂)의 관원이 무려 열두세 명이었으며, 남행(南行)도 역시 갖추어서 요즘같이 정자(正字)·저작(著作)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또 남상(南狀:정자의 별칭)의 두어 관원은 문적(文籍)을 전담하여 노상 하번(下番)이 되었으며, 교리·수찬이 대간(臺諫)이나 이조·병조로 천전(遷轉)하여 왕래가 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진년(1568)에 조정기(趙廷機)가 6품으로 나간 뒤부터 남행의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 지금까지 충원되지 못하고 있으니 자못 부당하옵니다. 대개 남행의 망(望)은 중종조에 비록 두 사람에 그쳤으나, 세 번의 망이 갖추어지지 않았더라도 역시 망에 들 수 있으면 혹 처음에 논핵을 당하고도 도로 한 사람이 있으니 이영현(李英賢)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옵니다. 지난번에 신이 이 일로써 계청(啓請)하였사옵고, 주상께서도 역시 이조에 명하여 차출하게 하였는데, 마침 멀리 있고 병이 있는 사람은 가려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리가 빈 것입니다’ 하였다.”

유희춘이 홍문관에 관리를 충원해달라고 선조(宣祖)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직원을 충원할 부서가 있다면 충원해야 하고, 감원할 부서가 있다면 감원해야 한다. 사실 직장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리는 근무태만자도 꽤 있다. 이런 사람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으로 가차 없이 퇴출시켜야 한다. 특히 철밥통 직장(학교나 관공서)인들 중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무조건 인원을 감원시키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필요한 사람은 뽑고 능력이 없는 자, 근무태만자 등 필요치 않은 사람은 내보내라는 말이 맞다고 본다. 이는 기업체, 관공서뿐만 아니라 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송재용<동양학연구소·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