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

월마트의 명암

거대 기업 월마트의 두 얼굴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는 1962년에 탄생했다. 창업자인 샘 월튼은 그 이전까지 벤플랭클린 회사에 속하는 15개의 프랜차이즈 공예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월튼은 향후 저가 위주의 대형 할인점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고, 자신의 계획을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할인점을 만들었다. 이후 15년 동안 미국내 10개 주에 월마트가 만들어졌고, 1991년에는 멕시코에 최초의 해외 점포가 개설되었다. 1992년 월튼이 죽기 전까지 그는 약 2조5천억원의 재산을 보유함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부자 리스트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의 부자이지만 그것은 샘 월튼의 재산이 부인과 4명의 자식에게 분할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월튼의 사후에도 확장을 계속하여 올해 7월 현재 전 세계에 5,016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는 월마트 외에도 케이마트, 타겟 그리고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할인점이 여럿 있지만 이들을 모두 합쳐도 월마트보다는 작다. 월마트의 매출 규모는 웬만한 나라의 총생산보다도 크며, 지난 10년간 미국이 달성한 생산성 증가분의 10%가 월마트에서 기여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월마트에 근무하는 직원의 수가 약 1백30만명이라는 것이다.
월마트의 목표는 단순하다. 『언제나 낮은 가격(Everyday low prices), 고객 제일주의(Customers, number one)』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월마트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월마트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증가시킴으로서 다른 할인점에 비해서 평균 14%정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온갖 첨단 기술을 이용한 월마트의 배송시스템은 물류비용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월마트의 110개 물류기지는 하루에 25만건의 물품을 처리하여 물건이 가장 필요한 점포로 배송한다. 어느 제품이 물류기지에 체류하는 시간은 최고 24시간으로써 재고가 증가하여 물류비용을 잡아먹는 경우는 없다. 만약 어느 제품의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는 경우에도 예측시스템을 이용하여 고객의 수요을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의 수요가 확인되는 경우 월마트의 주문은 자동으로 공장으로 전달되고 생산·출하 과정도 자동으로 진행된다. 중간에 사람이 서류를 작성하거나 구매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는 없다. 월마트의 자동 주문·배송시스템은 과거에 사람이 하던 업무를 90% 정도 감소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자동화를 통해서 절약된 시간은 고객지원과 매출증대를 위하여 투입된다. 그 결과 모든 미국인의 80%가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월마트에서 구매하는데 이것은 미국 내 총 소매거래의 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식료품 거래의 경우 전체의 20%가 월마트를 통하여 이루어 진다. 2000년 이후에도 월마트의 덩치는 2배나 커졌다.

그러나 빛나는 성과가 단지 생산성 향상의 결과가 아니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시간당 10달러 미만의 저임금과 절반에 해당하는 종업원에게 의료보장 지원을 배제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의 의료체제는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자에 대하여 거의 무료로 의료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월마트의 경우 상당수의 종업원이 저소득 계층에 해당되어 공공 의료보장 대상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월마트 직원에 대한 의료보장은 직장이 아닌 세금에 의해서 운영되는 의료시스템이 맡게 되고, 월마트는 자기가 지불해야 할 의료비용을 납세자에게 전가한다는 내용이다. 월마트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노동운동가로부터 제기된다. 월마트는 판매가를 낯추기 위해서 해외의 저임금 국가로부터 많은 제품을 수입하는 바, 이것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맞다면 미국의 소비자를 위하여 다른 나라의 근로자가 희생하는 셈이다. 물론 월마트는 해외의 수출 공장이 인권기준을 충족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경우 시간당 17센트에도 못미치는 여성 근로자가 매일 15시간 이상씩 근무하면서 월마트에 납품할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직 월마트 직원들이 성차별을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도 제기한 상황이다. 글로벌 자이언트라 불리우는 월마트에 대하여 생각해 볼 것이 많은 것 같다.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 choica@kse.or.kr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