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 동문의 LA통신

29 유학생들의 전공 선택 경향

많은 한인들이 선호하는 UCLA에서 최근 공개한 학부 및 대학원생의 인종별 전공 선택 성향을 살펴보면 한인학생들의 전공별 편식이 심각한 상태다. 매년 한인학생들의 입학이 증가하면서 의대, 법대, 공대 등에 몰리는 비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학부(Undergraduate)학생의 경우 아시아계 학생은 백인 학생에 비해 공과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두 배에 달하며 인문학을 지원하는 학생의 비율은 거꾸로 절반에 불과하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는 생명과학(Life Sciences 아시안-1,945 백인-1,704)이나 자연과학(Physical Sciences 아시안-787 백인-548)의 경우도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높다.
대학원에서의 전공 선택도 아시아계 학생들은 졸업 뒤 소위 좋은 직장이 보장되는 법대, 경영대, 의대와 같은 Professional School(직업훈련의 성격을 띤 과목) 및 공과대학 관련 전공이 47%를 차지하는데 비해 백인 학생들의 위의 4가지 분야의 비율은 34% 정도이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외면하는 인문과학(Humanities 아시안-83 백인-356), 사회과학(Social Sciences 아시안-73 백인-395) 등은 백인이 월등히 많다. 아시안의 약 40%는 한인이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10~20년 뒤에도 미국 주류사회의 머리 역할을 하는 우리 한인 2세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UCLA 교육대학 김경성 교수의 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의대, 법대, 공대만 지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의 전공과목은 위의 3개 전공에서 뒤처진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졸업장을 따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는 비뚤어진 인식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인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들의 대학 진학 목표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것 외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좋은 직업이란 바로 사회적으로 좋은 대접을 받거나 많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직업을 말하죠.” 이들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초과학이나 역사, 문화 등에 관심이 있어 연구원으로 남기를 원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의사되라’ ‘변호사되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던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차피 자신이 가야 할 길은 법대나 의대가 전부라는 제한된 꿈에 갇혀버리게 된다고 한다.
“이민역사가 짧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강요와 주변 환경의 압력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기 적성과는 관계없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UCLA의 많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부과정에서 소위 좋은 전공만을 고집하다가 결국은 졸업할 때까지 해당 전공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하지 못해 4년 동안 전공을 결정하지 못하고(Undeclared major) 졸업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아시아계 학생들, 특히 한인학생들이 건전하게 미국 주류사회에서 건강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학과선택에서 직종이나 수입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학생 자신의 적성 등을 고려해 이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어찌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었다 해도 아주 특별한 케이스를 빼 놓고는 다시 한인타운으로 돌아오게 된다. 미국 주류사회에 흡수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동남아시아 학생이 한국의 대학에서 의대, 법대 공부를 해서, 어렵게 자격시험을 통과해서, 아주 힘들게 병원을 개업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했다고 하자. 냉정하게 생각해서 한국 사람들이 그 병원에 가서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겠는가. 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그 변호사에게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이치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자녀가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는데 어떤 조언이 필요한 가는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캡션 - LA 한인타운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남가주대학교(USC) 캠퍼스의 학생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