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에너지 자원 확보는 국가의 생존권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유가는 계속 올라 배럴(약 159리터)당 52달러를 넘어섰고, 향후 배럴당 60달러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8월말 나온 주요 연구기관의 예측은 대부분 배럴당 50달러 이상이 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과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 등도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32달러~38달러로 예측하였다. 당초 유가 상승의 주원인은 투기세력의 농간이며, 10달러 이상 과대 평가되었고, 연말에 다다를수록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던 국제 유가가 오히려 비관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석유 시장의 향방에 관해서는 비관적 견해와 낙관적 견해가 교차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건을 만들 때 비용이 증가하므로 물건값도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을 받치고 있는 수출의 경쟁력에 많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수출이 힘들어지면 가뜩이나 부진한 국내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키게 된다. 경제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무역수지가 81억 달러 악화되고, 소비자물가는 1.7%p 상승하며, 경제성장률은 1.34%p 감소한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에너지 소비효율은 수준이하로 낮다. 물건 한 단위를 생산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가 1.21로서 미국의 0.38, 영국 0.46에 비해서 3배정도 높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제적 충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상승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중동지역의 정치적인 불안이다. 이에 더하여 2004년은 최근 20년간 석유 수요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유국의 정세가 불안하고, 수요가 증가하므로 유가가 오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각 국은 에너지 자원의 확보를 국가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에너지 최대 소비 국인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25%에 달한다. 미국은 석유 소비의 40% 정도는 자체 생산 분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반세기 이상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안전과 석유의 교환이라는 방식으로 서로가 의존해 왔지만 9.11 테러 이후 양국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서 석유를 이용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은 2002년에 이미 세계 2위의 석유 소비 국이 되었으며, 향후 15년 내에 석유 소비량은 최소 50% 이상 증가할 것이다. 세계 3위의 석유 소비국인 일본은 러시아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결정될 시베리아 유전개발과 파이프라인 노선의 종착지가 중국이냐 일본이냐에 따라서 양국의 에너지 확보전의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년 초 영국의 가디언지에 의해서 보도된 미국 국방성의 보고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주요 국의 경쟁이 앞으로 20년 이내에 벌어질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재앙에 대비해서 사전 포석을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디언이 보도한 미 국방성 보고서는 20년 이내에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와 전쟁이 발생하고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세계적 재앙이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하여 미래의 갈등과 전쟁은 종교·이데올로기·민족적 자존심보다는 생존 자체의 문제로 발발할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까지 폭풍우로 인하여 유럽과 미국 일부의 지도가 변하며, 2010년 이후 10년 내에 유럽의 기온이 급강하하여 시베리아와 같은 날씨가 된다. 대규모 한파가 주요 곡창지대를 강타하여 식량위기가 닥친다는 내용도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의 부자나라는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 국경을 봉쇄하고 쇄국정책을 실시한다. 한국·일본·독일 등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중국·인도 등은 실제로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결국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국가간 이해의 충돌이 보다 극명하게 노출되면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향후 전개될 급격한 변화에 대하여 국가적 대책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