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 동문의 LA통신-30 대통령선거 TV토론

▲ 8일 LA민족학교에서 열린 한인 선거참여 캠페인에서 윤명주 봉사부장, 모나 하, 패티 김씨(왼쪽부터)가 연방정부의 구성과 예산안 책정과정, 연방 선거제도, 투표과정, 정당 소개, 주 정부 선거관련 웹사이트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자를 설명하고 있다.

오는 11월 2일. 정확히 3주 뒤 화요일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서로 오차범위 안에서 왔다갔다하는 박빙의 승부임에도 실제론 선거를 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우리도 최근에 없어졌지만 대통령 선거 현수막은 물론 포스터도 없는 것이 미국의 선거이다. 그나마 3차례의 전국적인 TV 토론이 전부인 것 같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TV 토론 방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 8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조지 W.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라크 전쟁과 감세정책, 그리고 북핵 문제 등을 놓고 90분간 숨막히는 공방전을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의 표결 기록을 언급하며 20여 년에 걸친 의정활동을 통해 그가 전혀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초반부터 적극 공세를 취했고 케리 후보 역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한 부시 대통령이 ‘대량기만무기(weapons of mass deception)’를 사용하고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방청객의 질문에 후보들이 직접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할 사람을 담당한 ‘갤럽’은 각각의 후보에 기울긴 했지만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 100~150명을 가려냈다.

워싱턴 대학 재학생과 지역 유권자를 상대로 참석 희망자를 모집한 뒤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로 정치적 성향을 가려냈다. 주최쪽은 전통적 방법대로 부동층 유권자로 참석을 시키려 했으나 완전한 부동층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각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으나 아직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유권자들을 같은 수로 참석시켰다.
이들은 각자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적어 제출했으며 사회를 맡은 찰스 깁슨이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질의자를 선정했다. 질문 내용은 깁슨만 보았으며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엄격한 보안조치가 취해졌다. 질문자들은 반드시 깁슨에게 제출한 내용만을 물어야 하며 만일 다른 내용의 질문을 할 경우 사회자의 직권으로 이를 중지시킬 수 있다. 질문을 받은 후보는 2분 동안 답변을 하고, 답변이 끝난 뒤 상대 후보에게 90초 동안 반박기회가 주어진다.
토론에 앞서 시사주간지 ''''타임''''의 조 클라인과 CNN의 폴라 잔은 부시 대통령에게 *상대 발언중에 인상쓰지말 것 *케리 후보가 아닌 방청객을 주목할 것 *발언을 구체적으로 할 것 *중복 발언을 피할 것 등을 주문했고, 케리 후보에겐 *1차때 재미를 본 이라크 사태 관련 답변을 재탕하려들지 말 것 *상대의 말에 절대 열받지 말 것 *서민적인 풍모를 보이려 노력할 것 등을 요구했는데 두 후보는 대체로 이들의 훈수를 충실히 따랐다는 평이다.
2차 토론의 사회를 맡은 찰스 깁슨은 지난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캠페인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 선거를 빠짐없이 취재해온 ABC의 간판 방송인으로, 양쪽의 합의로 결정되었다.
이날 토론의 평가는 엇갈렸으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시 대통령이 1차 토론때보다 훨씬 공격적이면서도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며 무승부, 혹은 케리 후보의 근소한 우세로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1차 토론과 달리 2차 토론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2차 토론 전에 실시된 아넨버그 선거서베이에 따르면 부동층 유권자들 가운데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답한 사람이 49%인데 비해 부시에게 쏠리고 있다는 응답은 38%로 나타났다. 이는 1차 토론에 앞선 조사에서 44%대 41%로 부시 대통령이 앞섰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전체적인 지지율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태다.
10일 ABC 발표에서 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에 50%대 46%로 4% 포인트 앞선 반면, 조그비 인터내셔널 조사에서는 케리 후보가 46%대 45%로 1% 포인트 우세해 사실상 두 후보는 살얼음판의 대접전을 벌이고 있다. 재미있게 지켜볼 일이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