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쟁점-출산율 저하

‘혁신적 정책’없인 저출산 물길 돌릴 수 없다

▲출산율의 저하는 가정, 사회, 정부 모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1960년 우리나라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등의 가족계획 표어를 세워 출산억제 정책을 펼쳤다.
2004년 지금,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새로운 표어가 등장했다. 이외에도 ‘한 자녀보다는 둘, 둘 보단 셋이 더 행복하답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등 출산을 장려하는 표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49만3천5백 명으로 1970년 통계청이 인구통계를 낸 이래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로써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도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1.19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출산율 저하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유아관련 분야 시장이 줄어들게 되고, 산부인과, 소아과 등 관련 의료기관 부실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 지속, 청년 인구 부족으로 20세 남자의 병역 자원 부족, 노동력과 납세자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치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즉,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일과 자아실현을 중요시 하면서 결혼기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의식은 급변했지만 가정과 사회는 그 변화에 맞춰나가지 못해 그 격차로 인한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여성들 대부분이 사회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기혼여성에 대해 취업기회를 제한하거나 승진상 불이익을 두는 등 차별 대우를 하고 있으며 정부의 출산지원 제도도 부족한 실정이다. 가정과 사회가 결혼, 출산 후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남녀 1천2백10명(기혼 6백79명, 미혼 5백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남녀는 교육비,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49.3%)으로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고 조사됐으며 미혼남녀는 자기계발과 사회 생활(40.8%)을 위해 자녀를 하나만 낳겠다고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산 장려책을 하나, 둘 내놓고 있다. 자연분만 진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육아에 대한 남성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산휴가 기간을 하루에서 사흘로 늘렸으며 다자녀 가구 주민세 감면, 사교육비 절감 방안도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출산 원인이 여성의 가치관 변화와 맞지 않는 가정, 사회 분위기에 있으므로 가정에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가정에서는 혼수 비용을 줄여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남성도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와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법정 수준 이하 출산 휴가와 임신, 출산에 따른 해고, 강제퇴직 등 기혼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기업 내 보육시설 마련도 필요하다. 직장 내 어린이집은 전국 2백40여 개가 있으나 전체 보육시설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기업 내 보육시설은 출산율을 높일 뿐 아니라 여성 노동력의 안정적인 공급으로 경제 성장에도 도움을 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과다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공교육 정상화와 양육시설 지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점진적인 성장을 이룬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급성장을 이루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 중 하나가 출산율 저하이다. 요즘 가정에서는 자녀가 ‘짐’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과거 출산은 축복이고 기쁨이었지만 요즘의 출산은 경제적 부담이고 자신의 활동을 억제하는 장애라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출산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 출산과 양육은 미래를 위한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정부와 사회는 출산과 양육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지원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가정에서는 구성원들간에 양육을 돕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