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기업은 생산 활동이 가장 중요하였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공급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이런 형태의 기업을 생산 기업이라고 부른다. 생산 기업은 새로운 제품의 발명 또는 새로운 생산 방식의 도입 등을 통해서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유통 활동이 보다 중요한 기능으로 등장하였다. 이전에는 제품별로 독점 기업의 존재가 가능하였지만, 경제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경쟁하는 체계가 되었다. 생산 활동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유통과정의 혁신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이후 기업 경쟁의 핵심 역량은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이전의 기업은 대량 생산과 대량 유통을 통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노력해 왔다. 그러나, 원가를 절감하는 것보다 판매단가를 높이는 것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됨에 따라 시장점유율은 높이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고객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기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은 고객을 전체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고객 집단별로 다른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서는 개별 고객별로 맞춤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기업을 고객관계관리 기업(CRM Company)으로 부른다.

21세기 기업경영의 화두는 스피드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부실한 기업의 퇴출 또는 기업간 인수 합병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종래에는 큰 기업은 망하지 않았으며, 통상적으로 큰 기업이 적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규모가 중요 요인이 되지 않고 있다. 높은 수익성을 갖춘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을 합병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기업 환경에서 높은 수익성의 원천은 바로 스피드이다. 즉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인수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대응속도(Time to market)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만 한다. 이러한 수준에 도달한 기업을 실시간기업(Real-time Company)이라고 부른다.
생산기업과 유통기업의 경우 정보화는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대량의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분야와 자재, 인력, 자금 등 기업 자원의 통합 관리 분야가 대상이었다. 즉 기업의 생산, 영업, 자재, 인력 등의 프로세스를 통합하여 자동화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는데, 프로세스의 자동화는 업무프로세스의 혁신(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선행하거나 또는 병행하여 추진되었다. BPR을 수행하여 자체로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베스트프랙티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패키지가 널리 확산되기도 했다.

고객관계관리 기업의 정보화는 고객 관련 모든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분석하여 영업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콜센터, 인터넷, 모바일 등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이 다양해지고, 또한 고객이 직접 기업에 요구하거나 문의하는 일이 확대됨에 따라 발생한 데이터를 통합관리하기 위하여 데이터웨어하우스를 도입하게 되었다. 또한,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심도있게 분석하기 위한 기법으로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데이터마이닝 등이 효과를 발휘하였다. ERP와는 달리 고객관계관리를 위한 패키지 도입은 콜센터와 같은 정형화된 업무 분야를 제외하고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그것은 기업마다 대상 고객의 특성이 다르고 취급하는 상품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CRM 패키지 도입은 실패한 사례가 많으며,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더 선호되고 있다.

21세기의 기업의 정보화는 실시간(real-time)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실시간 업무 수행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고객의 요구를 즉시 처리해주는 것과 둘째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바로 업무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 요구의 즉시 처리를 위해서는 고객과 기업, 또는 외부의 다른 경제 주체와 업무 프로세스가 연동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문 접수 즉시 납기일을 회답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로 바로 주문이 발송되고 다시 회신을 접수해서 고객에게 통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최초 주문을 접수한 기업의 주문 프로세스와 협력업체로의 발주 프로세스 및 협력업체의 주문 프로세스가 실시간으로 연계되어 동작되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통합(BPI, Business Process Integration)이 선결되어야 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현장에 즉시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정보시스템이 양방향 실시간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느 기업의 부도 발생이 영업시스템에 감지 되면 이는 바로 부실예측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고객 분석이 전체적으로 수행되어 관련 기업 또는 개인 신용도의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즉시 영업시스템의 고객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용업무 통합(EAI, 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정보기술의 활용범위가 확대됨으로써 21세기 기업은 정보화와 관련하여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각각의 정보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전사 아키텍쳐(Enterprise Architecture) 수립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기업의 모든 조직과 모든 프로세스가 정보기술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보기술 프로세스의 수준이 모든 업무 프로세스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기술 프로세스 혁신(ITPR, Information Technology Process Re-engineering)을 수행하여야 한다. 셋째로는 정보기술 관련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것이다. 이 분야는 정보기술 원가계산과 정보기술 평가 시스템의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21세기 기업의 정보화 과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아직은 기업들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학교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인현<경상대학 겸임교수/투이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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