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계약

선물과 옵션을 파생상품이라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파생상품에는 선물과 옵션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선물과 옵션 못지않게 많이 거래되는 것이 스왑(swap)이다. 스왑의 언어적인 의미가 교환인 것처럼 파생상품인 스왑거래도 어떤 것을 교환하는 거래이다. 그러나 아무것이나 마음대로 교환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미래에 교환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원래 권리·의무로부터 발생하는 금전의 수수를 교환하는 것이다. 교환이라는 의미에다가 두 가지 부가요건을 합쳐서 설명하면 스왑은 미래의 현금흐름(cashflow)을 교환하기로 정하는 계약이다. 그런데 스왑은 선물(futures)의 형제인 선도거래(forward)와 유사하다. 선도거래는 미래에 일정한 가격을 주기로 하고 지금 계약을 체결한 후 미래에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다. 선물거래와 선도거래의 중요한 차이는 선물거래가 표준화된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선도거래는 당사자간에 조건을 정하는 장외거래라는 것이다. 선물거래와 선도거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제간이다.

어느 투자자가 앞으로 1년 후 어느 회사의 주식 1만주를 2억원에 매입하기로 약정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거래를 선도거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주식선물시장이 없기 때문에 장외에서 당사자끼리 이러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 투자자는 앞으로 1년 후 2억원을 지불하고, 주식을 받아서 바로 팔 수 있다. 그러면 『2억원 - 1년 후 주식의 가치』에 해당하는 이익 또는 손해가 발생한다. 이것은 주식을 사는 사람이 1년 후 2억을 주고, 『1년 후 주식의 가치』를 받기로 하는 계약과 경제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래에 주식을 사고팔아서 그 금액을 교환하는 스왑거래와 선도거래가 같아진다. 그런데 실제 선도거래에서는 미래에 한 번의 교환이 이루어지지만 스왑거래에서는 미래의 여러 시기에 금전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스왑거래의 당사자의 필요가 일치하는 경우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문제는 누가 어떤 조건의 스왑거래가 필요한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또 안다고 해도 누구하고 거래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또 계약을 체결한 후 상대방이 이행을 하지 않거나 부도로 이행불능에 빠진 경우도 나타난다. 여기서 금융기관의 중개기능이 나타난다. 각자는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고 금융기관은 수수료를 받는다. 개별 거래자는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필요도 없고 심지어 부도가 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왑거래에 따르는 위험은 금융기관이 부담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헤지(hedge)하기 때문이다.

스왑거래가 국제적인 금융거래로 확대된 것은 1981년 증권회사인 살로먼브라더즈의 중개하에 세계은행(Word Bank)과 IBM간의 통화스왑이 이루어진 다음부터이다. 당시 세계은행은 주로 유럽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하였고, IBM은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였다. 그런데 조달규모가 증가하면서 비용이 증가하자 각자 다른 시장에서(세계은행은 달러로, IBM은 유럽 통화로) 자금을 조달한 후 서로 교환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왑계약을 체결하였다. 세계은행은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고, IBM은 스위스 프랑 및 독일 마르크표시 채권을 발행하였다. 그리고 조달금액, 이자와 원금의 지급의무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세계은행과 IBM의 거래를 통화스왑이라고 한다면 또 다른 중요한 스왑거래로 이자율을 대상으로 하는 이자율스왑거래도 있다. 가장 평범한 것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어느 회사가 연이율 5%에 1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면 매년 5억원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그런데 이자율이 점점 내려갈 것 같은 경우 이자율스왑을 통하여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즉, 금융기관의 중개로 스왑거래를 체결한 후 매년 콜금리(약 3.25%)+1.5%를 이자로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연이자가 2천5백만원 줄어든다. 만일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인 경우 다른 스왑거래를 할 수 있다. 스왑거래는 이자의 지불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고 이자를 받는 방법도 교환할 수 있다. 회사가 채권을 발행한 것이 아니고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하자. 이자율은 연 5%여서 약 5억의 이자 수입이 발생한다. 그런데 향후 이자율이 오르거나 변동이자율에 따른 수입이 필요한 경우 이자율스왑이 좋은 솔루션이 된다. 스왑은 선물ㆍ옵션 등 다른 파생상품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단순하게 고정이자율과 변동이자율을 바꾸는 스왑을 플레인 바닐라(plain vanilla) 스왑이라고 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 choica@kse.or.kr

▲금리인하에 스왑연계 엔화예금 스왑레이트에 대한 과세방침으로 개인의 외화예금이 크게 감소했다.
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