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노동운동, 싸늘한 민중과 정부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가 지난 1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행정자치부가 밝힌 무단 결근 등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공무원의 수는 2천8백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로인해 울산 동구청, 북구청, 충북 괴산군 등 일부지역의 민원업무 등에 차질을 빚었다. 이와 함께 파업에 가담한 공무원에 대해 정부가 경고한 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파면, 해임이 잇따를 전망이다.
전공노는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헌법에서 찾고 있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33조 2항에서 공무원의 노조 결성과 노동3권의 보장을 입증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라는 단서를 들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는 헌법 제37조 2항을 들어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공노는 현재 정부가 입법해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노동조합의 결성 자체도 국민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전공노는 불법단체일 뿐이며 법안 통과 후에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을 인정받게 된다.

전공노는 정부가 마련한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에 항의해 노동3권 보장을 목표로 총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전공노는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에 걸쳐 총파업 찬반투표를 각 지부에서 실시하려고 했으나 내부 분열과 정부의 저지로 이뤄지지 못했다.
찬반 투표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강행해 현재 혼란은 절정에 다다랐다.
정부는 전공노의 출범부터 강경한 대응을 고수해 왔으며 지난 12일 경상남도는 인사위원회는 열어 김영길 전공노 위원장, 김일수 부위원장을 파면했다.
전공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전례를 들며 투쟁의 안전성을 조합원들에게 설득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전교조 때와 같은 후속 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이다.
여론은 어떠한가?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공노의 총파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갤럽 여론 조사에서도 87.7%가 전공노의 파업에 반대 표를 던졌다. 언론사들도 전공노 총파업에 대한 질책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대학 김태기(상경대학·경제학전공) 교수는 “이번 파업으로 전공노는 명분과 실익을 모두 잃을 것이다”라며 “정부도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 시켜 쌍방간의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전공노 파업에 해법은 없는 걸까? 먼저 전공노는 총파업을 중단해야한다. 그후 ‘공무원노조특별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려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아 노동2권의 보장을 받은 후 헌법소원과 같은 합법적인 투쟁으로 목적을 이루어야한다.
정부도 이번 파행의 책임이 있다. 공무원 노조와 어떤 협의도 없이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만들고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 3권을 모두 줄 수는 없다. 노동조합으로의 합법적인 인정도, 노동 2권의 보장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 행동권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전공노에게 노동3권을 준다면 그후 전공노의 행로는 불 보듯 훤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근로자로서의 공무원 기본권 보장을 위해 공무원이 단체교섭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도록 대안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협상을 통해 양자가 만족 할 만한 근무조건, 양측 주장의 사실 관계 조사제도, 중제 제도를 두는 것이다.

지난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34주기였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 착취를 몰아내기 위해 처절한 노동운동이 일어났던 70년대. 지금은 어떠한가? 노동운동의 정치화, 귀족 노동운동가의 등장으로 그 본질과 정신은 변질된 채 집단이기주의의 꽉 쥔 주먹과 붉은 껍데기만 펄럭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지난 4월 27일 있었던 공무원 노조탄압 규탄 대회 모습.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