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힘 삶의 가치

꿈과 활력이 넘치게 하는 자원봉사

문 국 현 /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많은 분들이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직무만 하더라도 날로 심화되고 있는 세계화와 디지털 혁신에 따른 경쟁에 치열화로 스트레스도 많고 시간이 부족할 텐데, 왜 수많은 비영리 기구의 운영에 참여하고, 특히 힘들고 오해받기 쉬운 환경운동이나 개혁적 시민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느냐고 내게 자주 물어온다.
그때마다, 남들이 이렇게 나의 건강과 가족과 사업걱정을 해주시는 것이 한없이 고마우면서도 무언가 나만의 행복과 비밀을 숨기고 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늘 죄스럽다. 또 한편으로는, 혹시 내가 너무나 많은 회사 일을 남에게 미루고 노는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해보고, 소홀히 한 가족과의 시간을 늘려 보기도 한다. 시민단체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을 능력이나 열정이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시민운동에 늦게 참여하셨거나 자원봉사의 기회가 적으셨던 분들께나, 젊은 후배들에게 과감히 떠넘기고 사실상 손을 떼보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이 20개는 될 것 같다. 재단법인으로 유한재단, 유한학원, 천리포 수목원, 아름다운 재단, 환경재단, 서울그린트러스트, 여성재단 등이 있고 사단법인으로 생명의 숲 국민운동, 평화의 숲 국민운동, 내셔널 트러스트, 문학의 집 서울 등이 있다. 학술연구 단체로는 서울대 CEO 환경경영 포럼, 동북아산림포럼, 136포럼, 뉴패러다임포럼, 윤경포럼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많은 토론회에 즐겁게 토론자나 발제자로 참가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이제 나의 생활과 인생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우선 1주 168시간 중 반은 나 자신의 수면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한 시간이겠지만, 나머지 반은 회사일과 사회에서의 자원봉사로 보내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건강과 가족과의 시간이 소중하듯, 직장과 지역사회에서의 시간이 나에게는 끊임없는 배움과 변화와 성취와 보람을 가져다 주며, 생활과 인생에 활력을 더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다.
이런 자원봉사와의 인연은 어쩌면 근 40년전 고등학교 시절이나 35여년전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남들이 학업에만 열중할 때, 나는 학교 내외의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에서 온 평화봉사단원도 만나고, 종교인들도 많이 뵈었다.
그런 학창시절의 자원봉사 경험이, 온 생애를 조국의 독립과 국민의 건강 및 교육을 위해 헌신하시며,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기업 유한양행을 창립하시어, 기업의 참 모델로서 기업의 경제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시며, 평생을 자원봉사 하시듯 사시다, 수천억원대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하고 돌아가신 유일한 박사님의 정신에 이끌려 그분이 생전에 창립한 마지막 사업체인 유한킴벌리에 내가 입사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듯하다.
유한킴벌리에서 지난 30여년을 지내면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생태복원 자원봉사 캠페인을 창안해 지난 20여년간 나무와 숲과 함께 살아온 것은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의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준비했던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통해 수십만명의 실업자들을 숲으로 모셔, 영림기술을 익히게 하고 죽어가던 숲을 함께 가꾸며 생명의 활력을 이 땅에 불어 넣는데 참여해 온 것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일 것이다.
지난 30여년 걸어온 이 길 외에도 다른 길이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그의 시 「가 보지 못한 길」에서 읊었듯이 수없이 많으련만 나는 아직도 매일 매일 새로운 자원봉사의 길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속에 쫓아가며 살고 있다.
전국의 1만2천여 학교의 학교숲 완성, 수천여 학교와 종교시설의 개방과 지역주민과 대학생을 통한 보육 도우미, 학습도우미 운동, 전국의 아름다운 마을 숲, 거리숲 운동, 휴양림과 수목원과 국립공원의 숲 해설가 운동, 농·산촌 문화 지킴이, 궁궐·문화지킴이, 블루스카이(Blue Sky)운동, 한·몽 환경·생태 교육 센터, UN 생태·환경·평화 대학 유치운동, 미래포럼 운동,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피터 드러커 혁신상 운동, 가정친화기업 인증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증제 운동 등 수많은 자원봉사 운동이 아직도 나의 현재와 미래를 한없이 꿈과 활력에 넘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자원봉사의 기회를 나만의 행복으로 독차지 하고 있는 듯해서 늘 죄송스러웠는데 뜻하지 않게 대학생 여러분의 귀중한 원고 청탁을 받고, 용기를 내어 여러분 미래 지도자들께서도 이런 자원봉사의 기회를 평생 끝없이 창조해 나가며 실천해 보라고 강력히 권유하고 싶다.
우리 삶에서의 개인과 가정과 직장의 지속적 발전과 사회적 균형, 그리고 지속적 배움과 혁신과 성취 그리고 나눔의 기쁨은 언제나 자원봉사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을 사랑하는 후학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