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이야기 - 미암일기(眉巖日記)를 중심으로

소인을 내치도록 하라

초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하기야 어디 쌀쌀한 것이 날씨뿐이겠는가. 마음까지도 착잡한 판인데…. 그러고 보니 어느 덧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선인(先人)들이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 고 한 말을 재삼 되새겨 본다. 요즈음 들어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청소년 시절에는 가을이나 겨울이 좋았는데, 삶을 뒤돌아 볼 나이인 중년이다 보니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생각에 그리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가을이나 겨울이 싫어지는 것 같다. 아마 나이 먹은 사람들 태반은 그렇게 느낄 것이다. 특히 연세 많으신 분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그런데 우리가 평생을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중요하다. 군자(君子) 대인(大人)의 모습을 보이며 살아온 사람도 있고, 소인의 행태를 보이며 살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 왔고, 자신도 그 중의 한 부류에 속할 것이다. 어쨌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각자 이 시점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성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옛날 유가(儒家)에서는 사람의 품격을 신인(信人)·선인(善人)·미인(美人)·대인(大人)·성인(聖人)순으로 분류 평가하였다. 우리는 이 중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자신을 가다듬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대인이나 성인은 못되더라도 신인·선인·미인은 될 수 있지 않은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
지금은 혼탁한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말만 일삼고 싸움질만 하는 삼류정치판, 청년실업문제와 경기위축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현실, 정체성이 결여된 혼란스러운 사회….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소인들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논어(論語)』에 보면 ‘군자는 자신을 책(責)하고, 소인은 남을 책한다’ 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반면, 소인은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뜻이다. 정치지도자·고위공직자·재벌총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들이 소인의 작태를 보이면 나라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디 대인 군자의 풍도(風度)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국가가 발전하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고(自古)이래로 이런 사람들 가운데에는 간신 소인배들이 또한 적지 않았다. 이처럼 소인배들이 득세를 하는 경우 그 나라는 혼란과 도탄에 빠졌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자들은 지체없이 내쳐야 한다. 『미암일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전교(傳敎)가 병조(兵曹)에 내렸는데, ‘대호군(大護軍) 윤인서(尹仁恕)는 본디 성품이 간사하고 음험한 소인으로 교활하게 굴기까지 하여 평소 마음씀과 처사가 아주 좋지 못했다. 연줄을 타고 아부하여 간사스럽고 못된 꾀를 수없이 부리고, 시세(時勢)를 엿보아 세력 있는 쪽에 들러붙어 권세 있는 간신들을 추종하여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진신(搢紳 : 벼슬아치)들에게 해독을 끼치고 조정에 화를 빚어내어 나라를 병들게 하였으니, 그 죄악이 극에 다다른지 이미 오래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오히려 관작(官爵)을 가지고 있어 세상인심이 매우 울분하고 있는 모양이니 관작을 삭탈하여 신하된 자로서 간신에게 빌붙어 독(毒)을 부린 죄를 엄중히 징계하여 다스리도록 하라’ 하였다.”

선조(宣祖)가 신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간사한 소인들을 내치라고 엄명하고 있다.
『논어』에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꾸며 속이려 하고, 궁해지면 넘치는 짓을 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고쳐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은 하지 않고 반드시 변명을 한다. 그래서 거듭하여 같은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또 소인은 곤궁에 처하게 되면 군자와 달리 도리에 어긋난 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인들이 많게 되면 그 사회는 잘 돌아갈리 만무하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 가운데 소인들이 부지기수라면, 그 나라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익에 눈먼 자는 죽은 생쥐처럼 악취를 풍긴다’ 는 말이 있다. 소인배들 또한 이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인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할 나이인 칠십이 넘어서도 소인의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이런 사람은 인생을 헛산 사람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소인으로 살아온 사람은 각성하고 새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군자는 못되어도 소인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동양학연구소>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