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언(寓言) 읽기의 즐거움

나비와 맹꽁이

진흙속 맹꽁이와 금빛 팔랑이는 나비

나비라고 하는 곤충은 본래 알에서 태어나 한갓 버러지로서 꿈틀거리는 품성을 타고났다가 늘그막에 이르러 선승(禪僧)이 참선(參禪)에 듦과 같이 풀뿌리나 나뭇잎 사이에 몸을 의탁하여 고요히 있다가 기후의 변화를 기다려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니, 그 이름을 태상선접(太上仙蝶)이라 한다. 일찍이 칠원(漆園)에 소요하기를 기뻐하였는데, 장주(莊周)가 나비로 화한 것인지 나비가 장주로 화한 것인지 알지 못하더니 온갖 꽃들이 핀 곳에서 노닐었다. 그 자질이 밝고 너그러운 데다가 날개는 경쾌하게 팔락이고 온 몸이 금빛으로 빛나니 상서로운 빛이 번득였다.
하루는 수초(水草) 사이로 날아가 마름과 연꽃 사이에서 노닐며 붉고 푸른 꽃을 찾아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물가 진흙더미에 ‘맹’( )이라고 하는 곤충이 있었으니, 우리말로 ‘맹꽁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맹꽁이가 공중을 쳐다보니 나비가 팔랑팔랑 향기로운 꽃나라에서 노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맹꽁이는 그런 나비가 부러워 “저놈은 도대체 어떤 수련을 하였기에 저렇게 몸도 가볍고 문채도 찬란하며 그토록 향기롭단 말인가? 나는 또 어찌하여 이렇게 기질이 용렬하고 사는 곳도 더럽고 소리조차 둔하고 탁하단 말인가? 내가 보아도 이렇게 가증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남들은 나를 보고 무어라고 할꼬?” 이렇게 탄식하면서 멍 하니 눈동자를 앞뒤로 돌리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두세 명의 건장한 아이들이 거미집이 빽빽이 들어찬, 커다란 빈랑나무 부채를 가지고 나타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더니 잠깐 사이에 나비를 때려잡으려고 한 차례 힘을 쓰니 황금빛 가루가 스러지고 두 날개는 꺾이고 말았다. 이에 맹꽁이는 물 속으로 몸을 감추고 숨을 죽인 채 부들부들 떨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나비란 놈은 자기 재능을 감출 줄은 모르고 제 문채와 경쾌함만을 자랑하다가 커다란 화(禍)를 만난 것이로다. 옛말에 이르기를 『훈초(薰草)는 향기로 인하여 스스로를 태우고, 고유(膏油)는 밝음으로 인하여 자신을 사른다』고 하였으니, 이는 저 나비를 이름이로다. 지금부터는 다만 더러운 진흙 속에 칩거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어 때때로 불평의 울음을 터뜨려 게으른 사내와 아낙들의 잠과 꿈을 깨우는 공부나 한다면 몰라도, 어찌 저 빛남을 자랑하다가 화를 부르는 나비를 부러워하겠는가.’

모든 존재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그래서 현실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더러운 진흙 속에 살면서 둔하고 탁한 소리밖에 낼 줄 모르는 맹꽁이가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날개를 휘저으며 가볍게 날아올라 향기 넘치는 꽃 세계에서 노니는 나비를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맹꽁이의 꿈과 욕망은 아이들이 휘두른 빈랑나무 부채에 하릴없이 스러지는 나비를 목도하는 순간 새로운 조정의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현실과 꿈 사이의 갈등과 조절은 맹꽁이의 삶의 질은 물론 생사까지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뜻밖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면 향기로운 꽃 사이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나비에 대한 맹꽁이의 선망은 좀처럼 조절될 줄 몰랐을 것이다. 『황성신문』 1899년 3월 8일자에 실린 이 글을 보면서 당시 우리 민족의 꿈과 현실은 어떻게 조절되었어야 했는지, 또 오늘 우리의 꿈과 현실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윤승준<교양·강의전담> 초빙교수
윤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