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던 삶은, 소리!

정신의 힘 삶의 가치
신 영 희 / 국악인

내 인생에 오로지 하나의 화두! 판소리라는 것에 몰두하고 살아온 나로서 인생에 대하여 논할만한 선배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 우매하리만큼 내가 달려왔던 길은 끝이 없는 길, 그 길 너머 미지의 그 무엇이었다.
내가 50년이 넘도록 갈구하던 것이 우리들이 소위 말하는 득음이었을까? 아님, 명예였을까? 내 자신에게 만큼은 솔직해보고자 묻곤 했지만 그 무엇도 아니었음을 근간에야 깨닫는다. 그것은 너무나도 간단명료한 해답이었다. 판소리는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능이었고 그래서 신이 나서 환희에 차서 기꺼이 했던 것이다. 거기에 알량한 계산은 없었다. 그 어디에서라도 내가 소리를 하는 순간 최고로 행복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혼돈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주인인 내 인생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하기도 하고 또 혹자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떻게 사느냐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는 이에게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세요!’라고 한다면 그 또한 부아가 나는 일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든 현실을 감수해야 하는 삶을 살든, 그 어느 쪽도 자신이 택한 또 다른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다. 그 현실을 부수어 버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고, 그대들이다.

지금의 현실이 우리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나간다. 마음속 깊이 간절하게 열망하면 우리에게 기회는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그때 또다시 최선을 다해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늘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진실한 마음일 것이다.
50여 년을 판소리 하나에 매달려 살아온 내 인생이 존중 받아 마땅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았을 뿐이다. 운도 좋았고 타고난 인연도 좋았다(아버님도 소리꾼이셨다).
40여 년 전인 1963년 내가 스무 살 즈음 목포에서 소리 좀 한다고 인정받기 시작하자 서울 경복궁에서 열리는 소리 대회에 출전 하고자 서울에 상경하였다. 참가 신청을 하기위해 숙소인 남산근처와 종로를 걸어서 오가다 보니 한껏 멋을 부리고 와 투피스에 갖춰 신었던 하이힐은 굽이 다 망가지고 말았다. 대회 당일이라 신발 사러갈 시간도 없고 지리도 모르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하고 남산에서부터 경복궁까지 투피스에 맨발로 걸어서 갔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대회에 나가 부를 소리까지 흥얼거리며 말이다. ‘사람들이 웬 정신 나간 사람인가!’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혀를 찼지만 난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내겐 오로지 대회장소에 가는 것만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에 도착해서야 보따리에 싸가지고 간 한복과 고무신을 신었다. 그날 나는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그 촌년은 서울에 가서 또 하나의 대상을 받아갔다.

40년 전의 그 촌년은 지금도 하루하루를 정성껏, 그리고 열심히 산다. 그날의 정열과 의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색되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젊음은 예쁘다 못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너무나 기특해서 꼭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
그러나 젊음을 누리되 그 젊음을 이용하여 방종하거나 변명 따위는 하지 말자! 술에 취하되 추태는 부리지 말며, 담배는 피우되 예의를 갖출 줄 알고, 유머를 하되 상대방에게 자칫 상처를 줄 수 있는 냉소적인 비웃음이 깃든 유머보다 모두가 하하하 웃으며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유머를 하는 멋진 젊은이이기를 바란다.
여러분들 앞에 놓여진 많은 날에는 도전과 기회가 함께 할 것이다. 40년 전, 내가 그러했듯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삶을 개척해나간다면 여러분들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냉소적인 유머가 마치 지성인임을 나타내는 것 같은 요즈음에 단국대 학생들만이라도 따뜻한 유머와 더불어 타인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말 것을 꼭 당부하고 싶다.

■약력
― 1973. 춘향가 완창 발표회
― 1986. 제22회 백상예술대상 연기부문 특별상 수상.
― 1987. 판소리 흥보가 완창발표회
― 1992.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 준 문화재 지정
― 2003. ‘入春’우리민요의 밤 주최 사단법인 남도 민요 보존회 설립.
― 現 (사)한국 판소리 보존회, (사) 한국 국악 협회 이사
웰컴투코리아 홍보 위원
신영희 국악 연구소 운영
신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