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장애인’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지 묻습니다.
휠체어? 까맣고 커다란 선글라스?
불구가 된 몸? 점자책?

인구 중 장애인의 비율은 통상 10~15％.
그러나 오늘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난 승객들 중 장애인은
몇 명이었습니까?
인구 열 명중 한 명이 장애인이라는데
왜 우리는 그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들은 어디에 있으며,
왜 우리와 마주치지 않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지난 목요일, 한 시각장애인이
지하철 선로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한 달 전에도, 또 한참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었지요.
뉴스를 보고서야
‘아,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그 생각,
지난달에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혹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면서
도로 위 점자블록 위에
아무렇게나 공사판을 벌이고,
계단투성이의 건물을 다 짓고 나서야
경사로를 추가로 만드는 게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아침, 저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을,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타야 한다는 현실.
꼭 이렇게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당장 내가 불편함을 느껴봐야만
기억하시겠습니까.
동료가 목숨을 잃은 그 자리에서
시위를 벌였던 그네들의 분노는
차라리 울음이었습니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아니, 단 일 분 만이라도
눈을 감고 있으면 답답할진데
그렇게 살아온, 그렇게 살아가야 할
그네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설령 그것이 태어나면서 지고 온
업보라 할지라도 그것이
그네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입니다.

세상은 ‘장애인’과 ‘정상인’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어져야 합니다.

2004년 11월 19일
- 지하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한 시각장애인의 명복을 빌며.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