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2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3개국 순방길에 미국 LA에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견해는 이곳 1백만 한인들의 사람 수 만큼이나 여러 갈래로 갈린다. 한국에서 보다 상상 이상으로 미주 한인들의 견해는 극에서 극으로 갈라져 있다.

노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LA 타임즈>는 한인 1세와 2세의 말을 인용해 세대에 따라 한국 대통령에 대해 아주 상반된 감정을 가진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13일 오전 한인 문화계 간담회에 초정된 배우 잔 조(32세)씨는 “한국 정치는 잘 모르지만 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경력과 혁명적인 사고를 하는 지도자로 알고 있다”며 만나게 돼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카니 곽(30세)씨는 “계시적인 꿈을 좇는 지도자”로 표현했다. 굉장한 사람으로 노 대통령을 설명한 젊은이들의 의견과는 달리 한인 1세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거침없이 말했다. 6·25 참전용사인 미 서부 재향군인회 김봉건 회장은 “약한 위치에서 공산당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를 추진하는 현 정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6·25참전동지회, 재미재향군인회, 한반도구국운동연합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애국동지회(회장 이수복) 소속 회원 20여명은 LA총영사관 앞과 대통령 비공식 수행원과 기자단의 숙소와 프레스 센터가 설치된 윌셔 래디슨 호텔 앞 등을 옮겨 다니며 정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좌파 괴수 노무현 물러가라(Resign the presidency, Roh Moo-Hyun, “A Left-wing net”)’ ‘무지·무경험·무능한 386 물러가라!(Go away, you ignorent, inexperienced & incompetent 386 generation !)’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 반대(We oppose the abolishment of Public Security Maintenance Law)’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평균 나이 70대의 노인들이 LA 한인 타운을 휘젓고 다닌 것이다.
“한국의 정치적 미래는 낙관적이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LA 방문에 맞춰 ‘미국인은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주제로 <LA중앙일보>에서 2백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한인 보다 더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정치와 민주화에 대한 질문에는 64%가 B학점(Good)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C학점(Poor) 28%, A학점 6%, D학점 3%의 순서로 답했다. 한국내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세계적인 현상중 하나일 뿐”이라는 견해가 37%로 가장 많았고 “불쾌하다”는 의견도 26%에 달했다. “근거가 있다”는 27%, “모르겠다”도 10%나 차지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가장 우려했다. “핵을 확실히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7%(135명)으로 나타난 반면 “핵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8명(3%)에 불과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엔 “군사적 긴장은 계속 되지만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대부분(58%) 예상했다. “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도 20%나 보였다.

코리안 아메리칸에 대한 평가에서는 대부분 근면하고 똑똑하다고 답하면서도 동시에 주류사회와의 교류가 적다는 지적을 했다. “부지런하다”(48%), “비 사회적이다”(26%), “공공의식 결여”(17%) 등으로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45%가 한국의 경제력 규모를 세계 10위권으로 답해 한국을 경제 강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위권(35%), 30위권 이하(15%), 5위권(5%)으로 알고있다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244명의 미국인 중에 한국을 방문한 사람은 50명이며 나머지는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대략적으로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 13일 미국 LA 에 1박 2일간 머무른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400여명의 한인을 초청해 ‘동포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으로부터 꼬투리를 잡힌 북핵 관련 발언을 했다. 연설을 마친 뒤 LA 한인회장, 평통 회장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위하여’ 건배를 하고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