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살아있는 생물’, 인위적 부양 안된다

지난 7일 열린우리당과 정부, 청와대의 합동 경제워크숍에서 정부는 내년 경제 성장률 5% 달성을 위한 종합투자계획 내용을 밝혔다. 이는 민간과 공공의 가능한 모든 재원을 끌어내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에 집중 투자하여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투자 내용을 확정해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날 발표한 종합투자계획은 민간과 공공자본 10조원을 동원해 경기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과 IT부문, 임대주택건설 등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민간투자법을 개정, 학교, 복지시설, 공공청사 등을 추가하고 국민, 공무원, 사학 연기금의 여유재원 중 일부를 사업비로 충당하겠다고 했으며 건설교통부는 ‘전국반일생활권’의 실현을 위해 간선망을 구축하고 과학기술부는 ‘초일류국가 대형 프로젝트(가칭)’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산업자원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종합투자계획이 침체되어 있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정부가 구상하고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이 현실성과 실효성을 잃고 국민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내수 진작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기업투자를 늘리는 것이나 기업투자가 회복될 때까지 공공투자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과 감세정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핵심인 연·기금의 사회기반 시설 투자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방식이 연·기금 부실화와 국민 세금부담 증가, 재정적자 확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형 뉴딜 정책에는 투자부진이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부진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 주도로 투자를 활성화시켜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 가계부채 부담, 기업의 투자의욕 위축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경기를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정책을 강행하다가 오히려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으며 민간부문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형 뉴딜 정책이 이러한 많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정책을 성공시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1930년대 미국의 뉴딜 정책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형 뉴딜 정책은 미국이 1930년 대공황 때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 경제의 활성화를 꾀한 것처럼 우리 또한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문제는 돈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그 초점을 바로 해야한다. 보육센터, 노인시설, 대학 기숙사 등이 사회 기반 시설로써 필요한 것들이기는 하나 이것이 장기적인 고용 창출과 산업의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
둘째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뉴딜 계획의 투자 대상이 대부분 경제성이 없는 공공 시설물 사업이 주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연·기금이 핵심 자본으로 작용해 국민연금기금이 장래에 바닥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어 민자의 참여가 저하될 수 있다. 민자의 참여가 저조하면 결국 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뉴딜 정책은 경제성 위주의 실질적 방향으로 나아가 국민들의 설득을 얻고 또한 민간 자본을 끌어내야 한다.
한국형 뉴딜 정책은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등장한 정책이다.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모두가 조심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고 경제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8일 새천년민주당은 ‘한국형 뉴딜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