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마인드

이 세 웅/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세계화의 물결은 우리의 생활양식을 많이 바꾸어 놓고 있다. 그동안 세계화와 함께 진행되어 온 기술과 정치적 자유, 영토분쟁, 인종분규, 경제적 경쟁 그리고 기업가적인 독창성 등은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세계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며 크게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사람은 항상 이러한 세계화의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 중에는 휘몰아쳐 오는 세계화의 변화의 물결에 정면으로 맞서며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는 조직 구성원과 리더가 있는 반면에, 이로부터 벗어나 도망치려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매니저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거대한 세계화의 변화의 물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방법 또는 새로운 길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또 믿고 있다. 그러나 매니저들도 현재 세계화의 변화를 설명해 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니저들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변화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데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듯하다.
최고경영자가 앞으로는 세계화에 매진할 것을 경영과제로 선포해도 대다수 매니저들은 핵심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사원과 사내의 기업문화를 세계화시키라’는 과업을 부여받은 매니저가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아무런 개념이나 방법 그리고 계획도 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일 경우가 적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루어진 과학기술의 대변혁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의 이론과 방법, 그 응용 프로그램이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의 속도와 규모는 물론, 편의성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영향을 미쳐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가속화되고 있는 과학의 변화에 사람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사회과학이나 성인교육의 교육방법을 보면 사정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도 사람의 채용이나 선발, 교육과 훈련 그리고 복지와 경력개발 측면에서는 20세기의 전형을 못 벗고 있다. 21세기는 매니저들은 물론이고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도 격동하는 세계를 맞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마인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바라보는 열린 눈과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글로벌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는 모름지기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과 전술 차원을 넘어서는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글로벌 인재는 기업을 생존을 위한 적응과 변화를 주도하는 문화적 존재 자체로 인식하고, 시스템적인 사고와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에 맞추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는 방식으로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굳이 시스템 이론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개방적이고 활달하며, 창조적이고 직관적인 시스템적 사고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인재는 사람과 조직이 국제적인 규모로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기업 문화, 기술 및 관리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조직의 문화, 가치, 신조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적극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활동무대가 되는 세계의 경계선을 새롭게 재편해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제한적이고 고정된 세계관을 탈피하여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화라는 주제가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개방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구조에 갇혀 있고 각종 금기에 익숙한 사람들을 조직에 참여시키고서는 절대로 자유롭게 변화하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조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 궁극적으로 세계화란 사고방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이지만, 인간적인 요소가 조직의 창조성과 생존능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오늘날 글로벌 인재는 민주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하는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약력
- 숙명여자대학교 이사장 역임
- 현 한국유리공업(주) 대표이사 회장
- 학교법인 신일학원 이사장
-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사장
- 예술의전당 이사장
-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이세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