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보다
더 먼저 태어났을
수십 년 수백 년 자란 나무가
가여운 뿌리를 드러내고
신음하고 있습니다.
산허리가 뭉텅 잘려나가
수억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지층이
속내를 드러내고
핏빛 울음을 울고 있습니다.

내 아이의 아이의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아름다운 땅이
눈 닫고 귀 닫고
마음까지 닫아버린 이들의 손에
찢겨지고 있습니다.

소중하게 다뤄도 모자랄,
마땅히 지켜야 할
그 여린 생명들을 위해
온몸을 걸고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야 하는,
책상 위의 ‘원칙’과
눈앞의 ‘이익’에 막혀버린
그네들이 답답합니다.

서패산 터널 공사는 계속되고
곳곳에서 그린벨트는
해제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골프장 230곳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는
그네들의 눈 감은 탁상공론이
답답합니다.

천성산 꼭대기로
모여들었다는 도룡뇽.
투명하고 연약한
그 작은 생명체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비빌 곳을 찾아 헤맬 때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요.

바람만 부는
차갑고 메마른 겨울입니다.
아무리 춥고 어두운 겨울이래도
봄은 오지만
짓밟힌 나무뿌리에는
무너진 산허리에는
초록 새싹이 돋을 수 없는
절망뿐일 것입니다.

90여 일 동안의 단식으로
온몸을 던져 천성산을 지키려는
지율 스님의 마른 울음은
초록 공명이 되어
울리고 있습니다.

겨울과 어둠을 함께 참아내면
초록빛 가득한 새봄이 오리라 믿습니다.

“마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우리의 산과 샘, 그리고 개울입니다“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