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원짜리 도시락이 아닌 ‘사랑의 도시락’이 필요한 거죠

최근 겨울방학 동안 결식아동 및 청소년들 가정으로 배달된 부실도시락과 관련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석일 목사에 의해 처음 드러난 전북 군산시의 건빵도시락에 이어 제주 서귀포시에서 결식 어린이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이 성장기 청소년들이 먹기에는 터무니없이 열악해 말 그대로 ‘부실 도시락’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시락 배달 대신 8만원 상당의 농수산물 상품권을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대학 구내식당 관계자에 의하면 “군산시에서 결식아동들에게 제공한 메추리알 4개, 김치, 단무지채, 건빵으로 구성된 도시락의 총 열량은 550㎉ 정도에 불과해 한 끼 권장량(13세~15세 남자 기준) 700~800㎉의 60%대에 그쳐 심각한 영양결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의 도시락 또한 적정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으며 대한영양사협회 임경숙 이사는 “주요 반찬이 가공식품이거나 튀김류에 그쳐서 지방과 염분만 지나치게 섭취될 뿐 성장기에 필요한 비타민, 칼슘, 철분 등의 영양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런 도시락을 몇 년간 꾸준히 먹다가는 영양 불균형으로 빈혈이나 대사증후군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현재 2천5백원에 공급되고 있는 이들 도시락은 배달료, 용기값,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1천6백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최근 정부차원에서 부실도시락에 대한 대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3월부터 급식단가를 끼니당 2천5백원에서 3천원으로 인상하고 지역아동센터에 1백68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는 한편 지원대상 지역아동센터도 현행 4백62개소에서 8백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지난 19일 이해찬 국무총리를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단위의 급식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군구별로 아동급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으로 아동급식위원회에서는 급식방법 및 수준, 대상자 선정을 지역별로 자율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춰 보다 효율적인 급식방법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식권 등 무료급식을 지원받고 있는 전국의 30만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건강검진 실시여부도 검토해보아야 한다. 실제 정부에서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을 실시한지 올해로 5년이 지났으나 그동안 아이들의 영양상태에 대한 파악이 없었다는 점이 미숙한 행정처리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2천5백원인가 3천원인가’또는 ‘도시락인가 상품권인가’ 등의 한 가지 대안만을 선택해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보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효과적이고 유연성있는 대안과 예산운영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급식단가를 3천원으로 인상하더라도 그 돈이 모두 양질의 재료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면 또 다른 부실도시락이 재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번 겨울방학에만 3백70억원을 들여 전국의 결식아동 및 청소년 25만명에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부실도시락은 몇몇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독거노인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경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제2의 부실도시락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번 일은 시민의 고발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 사회 안전망의 부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예산지원만으로 문제해결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보다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일선 공무원들이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일을 진행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결식아동들에게 지급되는 도시락 뚜껑 한 번 열어보지 않고 위탁업체에 의존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행정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해 보인다.

▲학기 중에는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급식이 지원되고 있지만 최근 방학중에 제공되는 부실도시락이 문제가 되고 있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