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미디어의 이해’로 바라보는 지금의 미디어

오늘날 미디어는 일종의 무한 권력이다. 미디어가 삶의 모든 영역을 주조하고 재편하는 낯선 국면─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왜, 어떻게 미디어인가’라는 물음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 그의 예언의 답이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 앞으로 달음질 치는 미디어 시대의 문화 변동, 그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미디어의 이해─인간의 확장─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삶이 무한히 확장 되는 것 같은 시대에 살지만 여전히 그 알맹이를 채우는 진정한 삶의 확장은 소원한 것 같다.
1964년 마셜 맥루한이 지은 ‘미디어의 이해’에는 ‘인간 확장’이라는 작은 제목이 달려있다. 아주 간단히 ‘미디어의 이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인간을 확장한다는 의문에서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왜 ‘미디어의 이해’를 얘기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의 범람지대에 놓여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휴대용USB에 정보를 저장해 다니며, 컴퓨터를 켜는 그 순간 세계와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현재의 모습을 40년 전에 예언했던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마셜 맥루한이다.

그럼 그가 제시한 여러 가지의 인간확장 중 세 가지의 모습을 정리해 본다.
의미창출 - 인간의 확장
맥루한이 말하는 미디어라는 용어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맥루한의 미디어 개념은 매스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고, 언어, 문자, 화폐, 자전거, 숫자, 도로, 광고들과 같이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나 기술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맥루한에 의하면,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확장하는 모든 도구와 기술이 미디어이다. 예를 들면 자전거는 다리의 확장이고, 청바지는 피부의 확장이고, 콘택트 렌즈는 시각의 확장이며, 인터넷─전자신호는 중추신경의 확장인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는 탁월한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다. 더 설명하자면 ‘바퀴’는 인간의 ‘다리’가 해 낼 수 있는 한계를 엄청나게 확장시켰다. 확장된 ‘다리’는 확장되지 않은 ‘다리’와 분명히 다르다. 즉 바퀴가 ‘다리’의 존재가치를 바꾼 것이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임을 이해할 때, 자동차는 인간의 확장을 가장 넓힌 미디어라 할 수 있다. 자동차는 미국인의 생활태도와 생활공간을 가장 혁신적으로 바꾸었다고 주장하는데, 그 중요한 이유로 도로의 확장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동차의 미래를 그리 낙관하지는 않는다. 그는 전기적 변화 정보시대의 도래의 필연성 즉 과거 부족사회로의 복귀의 법칙에 의거해 다시금 인간은 자동차에 내려 발로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당연히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자동차로 인해서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공간이 평준화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백인과 흑인의 차별이 없어진 이유는 도덕적이거나 인본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자동차의 발명이라는 것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맥루한은 미디어가 그 자체로 하나의 근원적인 메시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용한 정보를 만나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와 우리의 몸이 만날 때 생기는 신체적, 감각적 변화야말로 미디어가 전달하는 근본적인 의미라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를 만날 때 우리의 몸은 부지불식간에 근원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미디어가 그 자체로서 이미 하나의 근원적인 메시지이고 인간의 몸에 작용해서 새로운 무의식을 형성하기 때문에, 미디어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변화시킨다. 간단한 예로 광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광고가 없으면 신문이 좋아질 것’이란 주장을 ‘환상’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만나는 신문이라는 미디어는 기사와 광고가 함께 어우러져 의미를 갖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신문에서 가장 뛰어나고 집약된 정보는 바로 ‘광고’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인간확장의식 수준의 변화의 필요
‘우리는 미디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미디어는 우리를 만든다’고 마셜 맥루한은 이야기 했다.
‘미디어의 이해’를 집필했던 1964년에 맥루한의 주요한 관심은 전기 매체의 발달이 가져올 역사적인 변화에 있다. 전기 테크놀러지는 인간의 중추신경 체계를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곧 세계는 하나의 촌락-지구촌-의 이미지로 다가오게 되며, 문자 문화에 억압되어 있던 구전문화의 전통이 문화의 차원에서 되살아나고, 취향에 따른 재부족화(再部族化)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주는 인간의 인식 수준의 변화와 그에 따른 방향성에 대해 의심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맥루한의 예언이 조금은 억지스러워도 그의 의견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과거의 현실예측이 현실로의 실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맥루한은 발전자체를 인간을 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만 더욱더 근원적인 의미를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 된다.

김명범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 4>

▲ 자고 일어나면 새 모델이 출시될 만큼 휴대폰은 ‘진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통신에 있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됐다.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