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미국 대학생의 적성 찾기
한국인 유학생 이충호(26살)씨가 LA 한인타운의 노래방에서 학비 마련 등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9일 새벽 2시께 LA 올림픽 길과 뉴햄프셔 길의(2717 West. Olympic Blvd) 상가의 ‘스마일 노래방’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간 베트남계 갱단원으로 보이는 청년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다 이들이 휘두른 칼에 찔려, 다운타운 ‘캘리포니아 메디칼센터’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곧 숨지고 말았다.
노래방 주인 서씨는 “주차장에서 이씨가 다른 두 사람과 싸우는 것을 보고 뛰어가 말렸는데 그땐 이미 칼에 찔린 뒤였다. 이씨가 왜 그 사람들을 뒤쫓아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용의자들이 탄 차가 후진하던 중 다른 차와 부딪치자 곧바로 이들이 차에서 내려 상대방 차를 발로 걷어차며 시비를 걸었다. 이 때 이씨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가가자 다짜고짜 흉기로 찌른 뒤 다시 차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LA 윌셔 경찰서 살인과는 부검 결과 이씨는 가슴과 엉덩이를 칼로 찔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고가 난 스마일 노래방은 평소 중국계와 베트남계, 일본계 등 아시안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경비원은 “얼마 전부터 타 인종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노래방에서 놀다 가곤 했다”고 말했다. LA 한인 요식업협회 이기영 회장은 “지난 몇 년 사이 한인타운 업소를 찾는 타민족 손님이 많이 늘었다. 특히 일부 업소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고, 새벽 2시 뒤에도 불법영업을 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 년 전만해도 갈비나 불고기등 한국음식을 먹기위해 식당을 찾는 정도였지만, 최근 한류바람이 불면서 노래방과 PC방 등을 찾는 타민족 청소년들이 많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갱 단원 등이 들어오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LA 인근의 산타모니카 칼리지에 재학중인 이씨는 지난 해 8월 초 미국 유학을 와 공부와 일을 함께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26살의 늦깍이 유학생인 이씨는 유학을 시작하며 자신의 일상을 담은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 첫 머리에 “기회는 도전하는 사람만의 것이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놓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글을 올릴 정도로 고단한 유학 생활을 이겨내겠다는 단단한 의지를 보인 젊은이였다. “가진 것은 용기와 의지뿐”이라는 이씨는 검소하고 생활력이 강한 청년이었다. “요즘 돈 버는 재미가 있다”며 자신의 힘으로 유학생활을 꾸려가는데 보람을 느끼며 살아갔다.
앞 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가 순간적으로 변을 당해 세상을 등졌다. 안타깝고 애통하지 않은 죽음이 따로 있겠는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고, 애석한 죽음이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더욱 아쉽다. 우리 한국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관여를 해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우리 생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총기류 소지가 자유스러운 나라이다. 자기들 문제는 자기들끼리 해결을 해야한다. 아주 매몰차 보이지만, 공연히 다른 사람 문제에 끼어들어 죽기까지 한 것을, 이 사람들은 더 이해하지 못한다.
최소한 죽지는 말아야한다.
<미주 한국일보 사진부 기자>

▲ 한인 유학생 이충호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LA 한인타운에서 LAPD 소속 살인과 경찰들이 사건 수사를 하고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