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
인터넷 특성 ‘무시’했지만 그래도 지켜져야 한다

지난 16일 사이버상 음악저작권 침해 단속을 골자로 한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됨에 따라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 큰 반발이 일었다. 이번 개정 저작권법은 기존에 작사·작곡가에게만 부여됐던 전송권(음악 등의 저작물을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되는 권리)을 가수와 연주자, 음반제작자도 가질 수 있도록 확대, 인정했다. 이로 인해 음악을 허가 없이 올리는 누리꾼들이 단속이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지게 됐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상에 음악파일을 올려놓는 행위, 음악파일 소스를 인터넷상에 링크시키는 행위, 노래의 가사를 인터넷상에 올려놓는 행위 등은 모두 저작권법 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정 저작권법이 인터넷 특성을 무시한 과도한 기준을 가지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공유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은 이번 저작권법 개정이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고 인터넷의 생명력을 말살시킬 수 있다며 저작권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공유연대 양희진 간사는 “개정 저작권법은 개인적 이용과 문화적 교류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경직된 법 적용보다는 저작권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가 지난 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10~39세의 누리꾼 3백 25명을 대상으로 ‘콘텐츠 불법복제 및 유통에 대한 네티즌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저작권자의 허락 없는 콘텐츠 공유가 저작권 침해행위이므로 막아야 한다는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이렇게 저작권법에 대한 의견과 생각이 다르고, 관련 지식이 부족함에도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에게 저작권법과 관련한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과 음반협회 등은 이번 저작권법 재개정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동안 저작권법에 무지했던 누리꾼들이 음악이나 영화파일을 무료로 공유하고, 불법이라는 인식 없이 즐겨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P2P(peer to peer) 서비스를 이용한 파일공유, 카페나 블로그 등에 음악파일을 올리는 행위 등이 합법처럼 이뤄졌기 때문에, 올바른 문화 콘텐츠 사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저작물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보상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이번 저작권법 개정을 계기로 저작권 단체들이 결집하여 온라인상의 불법 행위를 강하게 단속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개정된 저작권법은 몇 년간 공공연히 불법으로 음원을 사용하는 누리꾼들에게 충분한 계도기간을 주지 않고, 법을 강화시킴으로 누리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또한 음악시장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도 정작 음악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부족했으며, 현실성을 도외시했다는 비난도 크다. 그러나 분명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창작 의욕을 자극하고, 문화 관련 사업의 발전을 꾀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보호받아야 할 법적 권리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한번에 모든 불법적 요소들을 뿌리 뽑으려는 무모함보다 천천히 누리꾼들에게 교육·홍보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 저작물 등에 대한 정보 제공, 음원의 자유로운 이용에 관한 권리자들의 자율적인 가이드 라인 제정 등과 같은 후속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누리꾼들 또한 그 동안 무지했던 저작권법에 대한 일반적 사항에 대해 고찰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선행돼야 제대로 된 저작권법이 인터넷에 자리잡힐 수 있을 것이다.

▲음악파일을 다운받거나 CD로부터 음원을 추출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행위 등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