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지도를 행하소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중용지도(中庸之道)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용지도를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사람마다 각기 다양한 성격과 인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논어(論語)』에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부족한 것>만 못하다)’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공자(孔子)가 제자인 자공(子貢)과의 문답에서 한 말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 누가 더 낫습니까?’하고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자장은 지나친 면이 있고, 자하는 미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자공이 ‘그러면 자장이 낫겠군요’하니까, 공자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대답하였다. 공자의 자장과 자하에 대한 평가는 중용지도를 잃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자장처럼 매사에 지나칠 만큼 뛰어난 것을 우수하다고 평가하기 쉽지만, 공자는 미치지 못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한 것이다.
중용지도는 일을 원만하게 융합시키는 핵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용지도가 원칙 없이 무엇이나 절충하는 것도 아니며, 타협과 양보로 회피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노(魯)나라 환공(桓公)의 묘에 있는 의기(倚器:한쪽으로 기운 그릇)를 보고 묘지기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이오?’ 묘지기가 대답하기를 ‘앉는 것을 돕는 그릇입니다’ 그러자 공자가 ‘내가 듣건대 앉는 것을 돕는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게 되고, 중용을 취하면 반듯하게 되고, 가득하면 뒤집어진다고 하였소. 그래서 현명한 임금은 이것을 지극한 교훈으로 삼아서 늘 좌석 옆에 둔다고 하였소’라고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면서 ‘물을 부어 보아라’고 말했다. 제자가 물을 붓자 과연 중간 정도를 채웠을 때 그릇이 바르게 서고, 가득 채웠을 때 그릇이 뒤집어졌다.

공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아! 사물은 가득 찼는데도 뒤집어지지 않는 것을 싫어하는구나!’라고 하면서, ‘중용이 곧 바름이다(中則正)’라고 하였다. 이 중용의 길은 인간이 처세하는 도(道)이자, 나라를 다스리는 도이며, 나아가 모든 일이나 온갖 만물에 통하는 도이다. 『미암일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학자가 중행(中行)을 얻지 못하고 불행히 지나치더라도 차라리 많이 줄지언정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차라리 청렴할 지언정 탐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임금이 아랫사람에 대해서도 또한 반드시 취하는 것에 제한이 있게 하여 항상 위를 덜어다가 아래를 보태주는 것으로 마음을 삼고 백성을 괴롭혀서 자기를 이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으면 그보다 더 큰 다행이 없사옵니다. …어질고 지혜 있는 자는 지나쳐서 중도(中道)를 잃어버리고, 어리석고 불초(不肖)한 자는 미치지 못해서 중도를 잃어버리며 오직 중화(中和:덕성이 중용을 잃지 않은 상태)의 기운을 품부(稟賦)하고, 또 존양(存養)과 성찰(省察)의 공부를 더한 자라야 마침내 과불급(過不及)이 없게 되옵니다. 홍범(洪範)의 삼덕(三德:正直, 剛克, 柔克)은 당연히 강(剛)할 때에는 강하고 정직할 때에는 정직함으로써 중(中)을 삼았으니 원컨대 잠심하시옵소서. …세상의 임금이 항상 중(中)으로써 정치를 못해가는 이유는 항상 사사로운 욕심이 앞을 가려서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중(中)을 얻고자 하면 오직 정밀히 하고 기미(機微)를 살피는 것만 같지 못한 것이니 대개 지(知)를 이룸이 먼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희춘이 선조(宣祖)에게 중용의 도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유희춘은 중용지도를 그의 학문과 정치, 처신 등에 적용시키고 있다.
『중용(中庸)』에 보면, ‘군자의 중용은 군자로서 때에 알맞게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참된 중용은 때에 알맞게 행동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는 때와 처지와 환경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용지도는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 등을 하면서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처럼 흑백논리가 판치고, 상식과 기본이 통하지 않는 혼탁한 세상에서는 중용지도를 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중용의 지혜 즉, 시중(時中)이 필요한 때임을 잊지 말자.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