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독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날씨는 춥지만 새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은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특히 신입생들은 감회와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이제 신입생들은 그동안 통제를 받았던 고등학교와는 달리,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도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진로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대학생활 중 1학년 시절이 하고 싶은 일이나 할 일이 가장 많은 때인지도 모른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대학 졸업 후 각박하고 냉혹한 현실사회에서 살아가자면 이러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만큼 대학생활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학은 주자(朱子)의 말을 빌리면 ‘대인지학(大人之學)’, 다시 말해 장성한 사람들이 배우는 곳이다. 옛날에도 오늘날의 대학에 해당하는 태학(太學)이나 성균관 입학은 보통 관례(冠禮)를 행해 성인(成人) 대우를 받는 나이인 15세부터 하였다. 지금은 대부분 20세가 되면 대학에 진학한다. 20세는 법률적·사회적으로 성인이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하며, 모든 일을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교양을 두루 지녀야 한다. 폭넓은 교양을 쌓으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 이처럼 독서는 교양과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가치관·인생관 등을 정립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대학생으로서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도 독서를 많이 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동안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독서를 하더라도 쉽게 싫증을 내고 중도에서 책읽기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잘못된 교육제도 때문이다.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한다.

어쨌든 독서는 생활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선정 및 독서법 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이를 좀 더 부연하면, 먼저 자신이 어떤 종류의 책을 읽을 것인지 결정한 후, 이와 관련된 해당 도서들의 성격과 수준을 파악한 다음 읽을 책을 선정해야 한다. 이때 교양도서의 경우 저자의 집필 의도와 수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서문과 목차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전공도서의 경우 저자의 집필 동기와 방법, 범위, 수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서문과 목차, 서론·결론 부분을 정독한 다음, 본론의 내용을 대강 훑어보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 책 제목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요즈음 출판되는 책 가운데에는 내용보다 제목이 거창하게 제시되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 제목만 보고 책을 구입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책을 선정했으면 독서를 해야 한다. 독서를 할 때에는 천천히 읽고, 생각하면서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시해 가면서 읽는 것이 좋다. 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이해할 때까지 계속 읽는 것도 괜찮다. 특히 독서 후 냉정하게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좋은 방법의 하나가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사실 재검토가 없는 독서는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옛부터 독서법을 중시하였던 것이다. 윤휴(尹 )는 ‘글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사색을 해야 하고, 사색하여 터득한 바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말을 했다. 가슴에 새겨두기 바란다. ‘미암일기’에 독서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주상 전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유(先儒)가 독서에 있어서는 외우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고 하였으니, 대개 글이란 모름지기 외워야 마침내 유익한 모양이오?’ 하시므로, 내가 말씀드리기를 ‘글을 어찌 읽지 아니할 수 있사옵니까. 무릇 옛 성인(聖人)의 정신과 심술(心術)이 모두 이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열(傅說)은 고종(高宗)에게 고하기를, 옛 훈(訓)에서 배워야 마침내 얻음이 있다 하였고, 공자(孔子)도 역시 옛것을 좋아하여 힘써 탐구하면 심지어 밤이 다 하도록 자지 아니하고 생각해도 배우는 것만한 것이 없다 일렀으니 이것이 다 독서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다만 임금은 만기(萬機)를 총찰하는 다번한 처지에 있으므로 부지런히 글 읽을 겨를이 없습니다. 마땅히 그 강령을 살피고 그 정미(精微)를 탐구하여 쌓으면(蘊蓄) 덕행이 되고 펼치면 사업이 되게 하며, 무릇 행사에 나타난 것치고 학문의 공이 아닌 것이 없게 하는 것이 바야흐로 제왕의 학이 되는 것이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하시옵소서’ 하였다.”
유희춘이 선조(宣祖)에게 독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근사록(近思錄)』에 보면, ‘글을 읽는 것은 반드시 많이 읽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읽어도 그 핵심을 모르면 책가게일 뿐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책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학생들은 처음부터 무조건 양서(良書), 그것도 어렵고 철학적인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3장을 읽으면 머리가 아프고, 결국 이 때문에 책읽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은 나중에 독서가 생활화·습관화되었을 때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금은 우선 자기 수준에 맞는 가벼운 책부터 순차적으로 읽기 바란다.
우리 모두 열심히 독서를 하자. 독서는 ‘마음의 양식’, ‘제2의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