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력의 고갈이냐, 원전의 창조적 해석이냐

최근 가요계에 리메이크 음악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몇몇 신세대 가수들에 의해 시도됐던 70-80년대 가요의 리메이크 현상은 이제 가요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수영, 조성모, 성시경, 김범수, 신화, 서영은, 리즈, 나얼등 이들의 공통점 리메이크 앨범이나 자신의 앨범속에 이문세의 노래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메이크는 지난 2000년 조성모가 시인과 촌장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가시나무’가 공전의 인기를 기록하면서 시작됐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42인조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변주하며 이영애 김석훈 황인영 구본승 등이 출연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리메이크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이수영이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더 클래식’이 꼽힌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타이틀곡으로 한 이 앨범은 가요 및 음반 시장의 깊고 긴 불황 속에서도 43만장(소속사 이가엔터테인먼트 집계)을 팔아치우며 여느 정규 앨범들을 넘어서는 인기를 보여줬다.
이수영에 이어 성시경의 리메이크 앨범 ‘제주도의 푸른 밤’이 15만장(소속사 Mu2집계) 판매됐고, 서영은의 리메이크 앨범 ‘Romantic’은 10만장(소속사 Mint 집계)이 팔려나갔다. 특히 서영은은 이에 힘입어 ‘눈사람’ ‘첫사랑’ 등 드라마 ‘OST 전문가수’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 신화 리즈 등의 리메이크 앨범이 줄을 이었고,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제곡으로 박효신이 일본가수 나카시마 미카의 ‘눈의 꽃’을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모았다.
올해 들어 나얼의 ‘Back to the Soul Flight’, 김범수의 ‘Again’ 등 실력파 가수들의 리메이크 붐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발표된 리메이크 앨범은 나름의 독특한 컨셉을 내세운 것이 특징. 나얼은 예전 히트곡을 소울풍으로 다시 불렀고, 김범수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지르는 창법을 버리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나얼의 타이틀곡 ‘귀로’는 여성가수 박선주의 키를 그대로 둔 채 소울풍으로 불러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김범수의 타이틀곡 ‘Memory’는 가사를 바꾸고 편곡을 새롭게 했다. 이승철과 박효신도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승철은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이소라의 ‘난 행복해’, 김민기의 ‘작은 연못’ 등을 다시 부를 계획이다. 특이한 점은 타이틀곡은 신곡으로 준비하고 있어 리메이크와 신곡을 결합한 형태가 될 예정이다.
박효신은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등 여가수의 노래를 독특한 목소리로 재창조한다는 계획이다.
창조력의 고갈이냐, 원전의 창조적 해석이냐라는 논란속에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리메이크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리메이크 열풍은 가요계 불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미 히트한 곡들을 다시 불러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앨범을 제작한다는 알뜰 전략인 셈이다. 또 미리 검증된 곡들을 활용해 흥행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초까지 가요계 전성기의 곡들을 능가할 만한 히트곡이 흔치 않은데다, 당시 음악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30대 구매층을 새로운 앨범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요 관계자는 “리메이크 열풍은 자칫 새로운 창작 의욕을 꺾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땀흘려 만든 새로운 노래들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알려진 노래를 통한 안일한 홍보’ 또는 ‘음반 시장 불황이 깊어지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세대간의 골을 메워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억이란 추억과는 조금 다르다. 노래를 기억하는 건 추억에 더욱 가까운 의미일 것이다. ‘그 시절 그 노래’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있었던 그 일을 기억하며 소리로 들려오던 바람 소리며 파도 소리 또 음악 소리를 추억으로 떠올릴 것이다. 리메이크가 가능한건 이러한 추억의 감성적 자극일 것이다. 나에게 더욱 소중한 노래 그런 것은 누구에게나 있으니 말이다.
김명범<대중문화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5학기>

▲ 가수 나얼이 리메이크한 박선주의 ‘귀로’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자료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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