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랑’을 허락해야 하나?

10대들의 성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10대의 성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 가까운 청소년의 성문화를 찾아 보기는 어렵다.
15세 여중생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선정적인 주제로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던 영화 <제니주노>가 지난 18일 개봉했다. 주인공 ‘제니’가 임신진단시약으로 임신을 확인하면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다짐을 하고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는 10대들의 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나 갈등은 제외하고 사랑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장면의 연속으로 도적적 관념은 무시한 채 소녀들의 판타지를 부축이며 10대들의 성을 교묘히 상품화 시켰다.
지난 4일 영화 제작사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계획이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부모와의 동반관람이 아니면 자녀들의 단독 관람에 반대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기획사측의 당초 계획과 어긋나면서 이날 시사회를 갖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현실을 반영하는 대중문화가 청소년들이 성을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고 <제니주노>의 감독 김호준 감독은 “영화를 모방할 정도로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며, 아이들의 임신문제를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전제에 가려 10대의 성과 임신, 출산을 예쁘게 포장한다고 해서 절대 이 영화가 ‘건전한 청소년 성교육용 영화’가 될 수는 없다.
10대의 성 문화를 주제로 한 대중문화 열풍이 문화 컨텐츠 범위의 확장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한 때의 반짝 유행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상품들은 10대들의 성을 단순히 성적호기심 차원에서만 묘사하던 이전의 작품들과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화 <몽정기>가 사춘기 남중생들의 당돌한 성적 호기심을 소재로 대다수 남성들의 소싯적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었다면 최근 개봉한 <몽정기2>는 상영시간 내내 음담패설만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여고생들의 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전달하기보다 오락성에만 치우쳐 매번 자극적인 화면과 대사를 읊어대던 이 영화는 결국 현실 속 소녀들에게 외면 받았다.
매스컴이 앞 다투어 청소년 성 문화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어린신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부터 이다. 이에 많은 기획사와 제작자들은 10대 관객의 흡수와 성인들의 ‘로리타 식’성적 호기심을 결부시킨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며 이제 10대들의 성문화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부에서 청소년들의 성관계, 임신 등이 현실의 사회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에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산고를 겪으며 아이를 낳고, <몽정기2>의 여주인공이 술을 마시고 교생선생님 집에 찾아가 유혹을 한다는 등의 소재는 앞서 말한 ‘현실’과는 멀어 보인다. 이는 ‘현실반영’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에 가려져 청소년의 성을 내세워 간교하게 10대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매스컴은 빗나간 10대의 성문화를 소제로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일부 청소년의 성문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대다수의 청소년에게 자신들의 성관계를 자연스러운 일로 인정하게 하거나 임신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환상만 심어줄 수 있다.
성 상품화 이전에 10대의 성관계를 당연시 하고 미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과장되고 오락성에만 치우친 10대들의 성이 유희의 대상으로 대중들에게 소비 되서는 안 된다. 앞으로 청소년들의 성 문제를 다루는 대중문화계의 태도는 더욱 더 신중해져야 한다.

▲ 두 주인공의 친구들이 체육관에서 결혼식을 올려주는 장면은 소녀들의 판타지적 상상을 자극하는데 불과하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