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아, 지식인 되지 말고 지성인이 되어라

신 세 훈 /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사는가?

1등을 하려고 사는가. 1백 점을 따려고 경쟁하며 그토록 공부하는가. 1등을 하고 1백 점을 따서 사회 일선에 나가 취업 전선에서도 1등으로 합격하기 위해 대학엘 다니는가. 아니면 시집을 잘 가기 위해, 장가를 잘 들기 위해, 대학 교문을 두드렸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남이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
젊은이들아. 그저 물 흘러가듯 쉬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남이 거름지고 장에 가니까, 나도 빈지게를 지고 그냥 따라가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돈을 벌기 위해 대학문을 들어와 4년이나 6년 간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가. 석사 과정을 마친 다음 박사 과정 학위까지 공부하려면 무려 4년(학사)+2년(석사)+2년(박사) 즉 짧아도 8년이란 세월을 어렵사리 보내야 한다.
과연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꼭 내가 1등을 해야 하고, 1백 점을 맞아야 하고, 1등으로 합격해야 하고, 남보다 시집·장가를 월등히 잘 가야만 하는가. 그래서 돈도 많이 벌고, 남보다 먼저 출세해야 살맛이 나는가. 그렇다면 출세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예를 들어 부모 잘 둬서 고생없이 공부 많이 하고, 미국까지 건너가 유학을 한 다음 박사되어 돌아와 다시 부모의 뒷받침으로 교수자리에 올랐다고 하자. 그것이 곧 출세인가. 그래 성공했다고 치자. 그런데 몇 년 전 돈 때문에 제아비·제어미를 죽인 인간이 바로 그 미국 유학 보내 교수시킨 아들놈이 아니던가. 그것도 비슷한 사건이 연년으로 두 번이나 터졌다.
상황은 돈 많은 부모가 미국 유학시킨 박사 교수 아들의 요구대로 재산을 빨리 물려주지 않았다가 자기가 낳아 귀엽게 키운 그아들의 손에 죽은 것이다. 재산을 가진 부모가 죽으면 그 재산이 빨리 자기(아들) 손에 넘어오기 때문에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많이 배운 지식을 다 동원해 가며 갖은 꾀를 죄써서 위장 살인을 했다. 하지만 완전 범죄란 없는 것인지, 두 사건 단서 모두 꼬리가 잡혀 범인 아들 ― 그것도 박사·교수 자식이 쇠고랑을 찼다. 조문객 앞에서는 시침 뚝 뗀체 눈물까지 흘려가며 슬퍼하고, 상주 노릇도 아주 잘 해내며 장례까지 거뜬히 치른 다음 친족 살인죄로 수갑을 찬 것이다.
자기 친부모를 죽인 교수아들은 평소 부부끼리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이었을까. 무엇이 부족하다고 늘 아비 죽일 생각만 하며 살았을까. 왜 사람을, 그것도 피를 타고난 부모를 돈 때문에 위장 살해하다니. 말이나 되는가. 범인은 남보다 못 배웠는가, 돈이 없어 평소 굶을 정도였는가, 부모를 죽여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정신적인 판단을 가질 수도 없는 그런 미친놈도 아니었잖은가.

그런데 그들 교수는 끝내 부모를 죽였다. 돈 때문에 죽였다. 그것도 한 사람은 토막 위장 살인에 시체 유기까지 했다. 이래서 항간에 떠도는 ‘배운 놈이 도둑놈·살인 ·강도’란 말이 성립된다.
부모를 죽인 교수아들 둘다 미국 유학까지 갔다온 자식이다. 배울 만큼 배운 지식인이다. 미국까지 가서 무엇을 배워왔길래 유산을 탐내 부모를 살해했는가. 흡사 미국 헐리웃 살인 영화를 안방에서 보는 듯하다. 그도 남편이나 아내 아니면 양부모 혹은 혈육간의 재산 문제 때문에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청부 살인같은 그런 영화 장면 말이다.
무엇이 부모를 죽게까지 했는가. 돈이다. 못난 자식 미국까지 보내 공부 많이 시킨 탓이다. 차라리 농촌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상 모르고 자랐다가 농사나 지었더라면 부모 살해할 지혜까지는 짜내지 못했을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한다고 지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교육·인성 교육·가정 교육·민족 교육이 잘 돼야 학교 교육·사회 교육을 거쳐 아울러 사람다운 지성인을 키워낼 수 있는 것이다. 대학 교수라도 지성인이 아닌 지식인이라면 부모를 죽일 수도 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지식인은 단지 형식적인 공부를 많이 했을 뿐이다. 공부를 해도 1등 공부·백점 공부같은 것에만 매달렸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계 교육·컴퓨터 같은 메커니즘 교육에만 능숙했을 것이다.
자연 공부라든가 인간 공부나 인성 공부가 잘 되어있지 않고, 가정 교육·민족 역사 교육이 부족하면, 미국물을 먹더라도 ‘돈 때문에 사람 죽이는 것들’만 보고 와서 ― 그곳 사회가 잘못 가르친 대로 자본 주의에 오염된 사고를 그냥 고스란히 싸안고와 재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 교수 머릿속에는 지식만 들어있었지, 일반 교양이나 윤활유같은 문화 윤리 의식이 지성의 영양소와 꽃향으로 섞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혜로운 ‘참지성인’이 못됐던 것이다. 배운 사람 치고 지성인이 못되면 그처럼 위험하다. 그들은 그 국가 민족과 사회를 좀먹는 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많이 배워 많이 알기만 하는 지식인이 되지 말고, 지성인인 선비가 돼야 한다.
신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