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유념하소서

요즘 들어 부쩍 건강에 남다른 관심과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신문이나 TV 등 매스컴에서도 건강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이야기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1960년·70년대 시절만 하더라도 대부분 먹고 사는데 바빠서 건강을 돌볼 여유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건강의 중요성을 재삼 인식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히 요새 웰빙붐이 크게 일고 있다. 한때는 사상의학의 체질에 맞는 음식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웰빙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것도 무슨 유행 따라 가는 것인지…. 아직도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한쪽에서는 웰빙이다 뭐다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어쨌거나 좋은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운동도 그렇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자신의 체력과 나이에 맞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김영삼 정권 시절 김영삼 전대통령이 조깅을 좋아한다니까 너도 나도 조깅을 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이래야만 되는 것인지….
각설하고 말이 나온 김에 먹는 것에 대해 이야기 좀 하려고 한다. 사람이 하루를 굶으면 거짓말을 하고, 이틀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고, 사흘을 굶으면 살인을 한다는 말이 있다. 먹는 일이 우리 삶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임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어찌 보면 인류 문명의 근본이 먹을거리를 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식욕이 3욕(三慾:食慾·色慾·物慾) 가운데 첫 번째라 하지 않았던가? 특히 우리 민족은 유달리 먹는 일을 중시해온 민족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인사말이 되었지만, 1960년·70년대 보릿고개 시절만 해도 아침에 마을 어른들을 만나면 하는 인사가 ‘진지 잡수셨습니까?’였다. 이처럼 먹는 일은 우리 일상생활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과라는 관념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것을 중시해서 그런지 한 번에 먹는 양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처럼 위장약이나 소화제가 많이 팔리는 나라도 드물며, 또 실제 통계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한국인의 위용량이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고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엔 참 많이 먹었던 모양이다. 조선 후기 고문서나 관련 기록을 보면, 성인 남자는 한 끼에 7홉, 성인 여자는 한 끼에 5홉, 아이들은 한 끼에 3홉을 먹었다고 한다. 아마 성인 남자의 경우 지금 먹는 양의 3배쯤은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이 먹으니 몸에 탈이 나 결국 위장병 등으로 죽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지금은 옛날과 달리 많이 먹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운동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챙긴다. 한마디로 건강에 신경을 쓸 정도로 살만해진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의 부모님·1조부모님 세대들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족함과 편리함은 이분들이 개미나 벌처럼 정신없이 바쁘게 일한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그 고마움을 잊지 말자.
『미암일기』에 음식과 운동으로 건강에 신경을 쓰라는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저녁 강의에서 말이 음식의 절도를 밝힌 조문에 … 미치자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임금의 도리는 심덕(心德)을 기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사옵고, 기체(氣體)를 기르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없사옵니다. 춘하추동 네 계절 중 오직 여름이 제일 조섭하기가 어려우므로 도홍경(陶弘景)의 시에, 「사철 중 여름철 지내기가 어려워 복음(伏陰)이 속에 있어 배가 차고 미끄럽네. 보신하는 탕약(湯藥)이 꼭 있어야 하고, 찬 음식은 절대로 먹지 마오」하였습니다. 대개 여름에는 양(陽)이 밖에서 치열하고, 음(陰)이 속에 엎드려 있으므로 뱃속이 매우 찹니다. 그러므로 냉수나 빙수 같은 것은 절대로 마시지 말고 항상 더운 물을 마셔 뱃속을 따뜻하게 하면 저절로 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 옛 사람이 이르기를, 「식후에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경락(經絡)의 막힌 기운이 통하지 않는다」하였으니, 지금 비록 백보까지는 안 걸을지라도 마땅히 조금씩 걸어서 혈기를 유통하게 하오면 모든 병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원컨대 유념하시옵소서’하였다.… 내가 주상전하께 말씀드리기를 ‘엎드려 듣자오니 조선(朝膳)을 올리기 전에 오고(午鼓)에 이른다 하니 놀랍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대개 사람이 저녁 밥은 빠지는 수가 있을 지라도 아침과 낮의 밥은 걸러서는 안됩니다. 이른 새벽에 흰죽을 들어 위기(胃氣)를 트고 진액이 생기게 하는 것이 양생(養生)의 경험방입니다. 원컨대 시행을 해보소서’하였다.”
유희춘이 선조(宣祖)에게 음식, 특히 여름철 음식에 조심할 것과 식후 운동의 중요성, 그리고 아침·점심식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맞은 식사와 적당한 운동, 건강검진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생들은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다. 건강이 재산이요 생명이다. 학생들이여!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열심히 공부하기 바란다.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