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소위 ‘고학력 백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37만 3천여 명의 대학 졸업 실업자들이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낙오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현재 미 전국의 실업률은 5.4%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장기 실업자’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전체 실업자들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실업률이 두 자리 수였던 지난 80년대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학사 학위 이상을 지닌 고학력 실업자들은 지난 2000년 하이텍 거품이 빠진 뒤 거의 3배 이상이 늘어나 지금은 전체 장기 실업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 분석가들은 대졸 실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대졸자들이 지난 여러 해에 걸쳐 꾸준히 늘어난 점과 대졸자들의 고임금이 구직을 어렵게 하고는 있으나 산업 구조가 급변하면서 숙련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뉴욕 연방 준비은행의 경제학자에 따르면 지난 2001년의 불경기는 평범한 경기 순환의 기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야기된 것이라고 한다. 시애틀 지역의 테크놀로지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조 커뮤니케이션 ‘워커즈’의 마커스 코트네이 위원장은 “과거 불경기에서 저학력 근로자들이 겪었던 현상을 지금은 대졸 근로자들이 겪고있다”며 “대학 학위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LA 서쪽 UCLA 부근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K.마이클슨의 경우 지난해 9월 컴퓨터를 수리하는 직장을 잃은 뒤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고있다. 그는 미시간 주의 시골지역 학교 교사였으나 교육구의 재정문제로 교직을 포기하고 컴퓨터를 배웠다. 위스콘신의 한 회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했으나 결국 이 회사도 문을 닫아버렸다. 지금은 저축한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마이클슨은 “인력시장이 예전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다.”며 “때로는 대학 교육이 가치가 있었는지 생각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직 취업을 위해 직업전문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고학력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방 국립대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3년 전인 2002년 졸업한 김 아무개씨(27살)는 올해 기능대학 컴퓨터정보공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지난 3년간 취업노력을 기울였지만 전공과 관련해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나이들어 학교에 다시 가는 것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겨 도전했다”면서 “기능대학은 취업률이 100%에 가깝고 교수진도 훌륭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이 아무개씨(35살)도 올해 전공을 바꿔 새 출발을 했다. 충주 직업 전문학교 전기계측제어학과에 입학해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키로 한 이씨는 “짧은 직장생활 뒤 개인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고민 끝에 기술 전문직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기능사 양성을 목표로 한 전국 21개 1년제 국비 훈련기관인 직업전문학교의 올 입학생 6천 5백55명 가운데 29.0%인 1천 901명이 전문대나 대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자로 나타났다. 고학력자 비율은 2003년 13.2%, 2004년 18.0%에서 올해 29.0%까지 뛰어올랐다.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러분들이 졸업할 때엔 과연 어떨까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적성에 맞는 정확한 것을 찾아, 열심히 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LA 미주 한국일보 기자>

▲ LA 민족학교 관계자들이 오는 5월 17일 LA시장 결선 투표를 앞두고 ‘코리아타운 플라자’ 마켓에서 유권자 등록을 받고 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