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모인 주말 저녁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TV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족은 대화를 잠시 멈추곤
소리 죽여 한 곳을 응시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보았습니다.

몇 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고
먼저 간 아내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심했다는 당신.

몸이 불편해 보인다는
사회자의 말에 씽긋 웃으며
바지춤을 걷어 올려 보여준
당신의 다리는 의족이었습니다.

장기를 기증한 아내를 대신해
참석한 당신과 아내로부터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이 모인 날
캐나다 행사장에 울려 퍼진
그들의 아리랑 합창은
그야말로 감동 이었습니다.

테리폭스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성치 않은 다리로
5km를 완주 했다는 당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장기기증의 참된 뜻을
알리고 싶다는 당신.

당신의 사연은 모든 이에게
눈물과 감동, 따뜻함을 주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된
각막 기증을 받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수술 시켜주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장기기증 인구를
몇 백배로 늘려놓았습니다.

그 방송국의 새로운 시도와
가슴 아픈 사연들은
새로운 장기기증문화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보건복지부 장관도
어르신들도 한 대학의 입학생들도
우리대학 치과대학 학생들도
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한 줌의 재로 변할 것들로
누군가의 삶에 희망의 빛을
안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고귀하고 참된
사랑일겁니다.

이제 장기기증 문화에도
봄날처럼 따스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2005년 3월 20일
장기기증 인구가 장기를 필요로 하는
인구보다 더 많아지길 바라며….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