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 미국 음악을 장식한 ‘프랭크 시나트라’

제이미 칼럼(Jamie Cullum)이란 가수가 있다. 100만파운드 메이저사 계약, 영국발매 4달만에 70만장, 재즈 아티스트의 팝 차트 석권 등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재즈계의 베컴’이란 별명을 가진 새로운 스타다. 매트 더스크(Matt Dusk)라는 또 다른 가수가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부활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가수다. 이 20대의 두 남자가수의 공통점은 물론 장르가 재즈이고 또 하나는 분명 귀에 익은 재즈스타일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프랭크 시나트라.
음악평론가 임진모 선생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미국 땅에 끌려온 흑인들에 의해 발전된 블루스는 재즈와 함께 미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20세기 전반을 ‘틴 팬 앨리 팝’과 ‘재즈’가 지배했다면 후반은 블루스가 석권했다. 195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 로큰롤이 실은 블루스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한국 록의 대부라는 신중현이 공연 중 블루스 잼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로큰롤은 블루스에서 음악패턴 뿐 아니라 ‘하층계급의 저항성’도 수혈했다. 블루스는 대규모 목화농장이 있던 미국 남부 미시시피를 본향으로, 흑인 노동가요로 출발해 교회에서 형식이 확립됐다. 즉‘속화(俗化)한 가스펠’이 블루스다. 12소절을 기본으로 하며 4마디가 반복되는 단순한 형태지만 화음전개 방식은 독특하다. ‘블루스의 아버지’라는 W.C. 핸디와 여가수 베시 스미스에 의해 블루스는 1920년대부터 백인사회에 파고들었지만 진정한 형체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도시로 올라온 남부 흑인 기타연주자들이 알렸다. 머디 워터스, B.B. 킹, 하울링 울프, 엘모어 제임스 등 흑인 블루스맨은 멤피스와 시카고로 올라와 전기기타로 블루스를 연주해 남부 블루스에는 없던 ‘리듬’을 살렸다. 이것이 도시화된 리듬 앤 블루스(R&B)였고 여기서 좀더 템포가 빨라진 것이 로큰롤”이었다며 미국의 20세기 전반을 장식한 음악을 틴 팬 앨리라고 말한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본명은 ‘Francis Albert(Frank) Sinatra’로 1915년 12월 12일 뉴저지주 호보켄(Hoboken)에서 이탈리아 이민 2세로 태어났다. 시나트라의 부모는 그들의 아들이 엔지니어가 되길 희망했지만 그는 학교에서 운동을 즐겼고 다른 아이들과 종종 드잡이질을 해대서 지역 경찰서의 주목받는 대상이 되었다. 1939년 6월의 어느날 그가 일하는 러스틱 캐빈으로 베니 굿맨(Benny Goodman)의 반주악기 연주자로 일했던 해리 제임스(Harry James)가 나타난 것이다. 해리 제임스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는 당장 해리 제임스 악단의 새로운 멤버로 고용했다. 이들은 6개월이 채 못되어 마이너 싱글 앨범 <All or Nothing at All>을 발표하게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같은 해 7월 13일 해리 제임스 악단과 뉴욕에서 대망의 첫 레코딩 데뷔를 하게 된다. <From the bottom of my heart>, <Melancholy Mood>를 비롯해서 해리 제임스 악단 시절 모두 10곡을 녹음하지만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해 말 제임스 악단과 시카고 공연 도중 프랭크 시나트라는 당시 시카고에 와 있던 당대 최고의 인기 밴드 중 하나였던 토미 도오시 밴드의 오디션에 응모하여 합격점을 받는다. 해리 제임스는 프랭크 시나트라와의 계약기간이 1년 반 가령 더 남아 있었지만 그의 장래를 생각하여 흔쾌히 계약기간을 파기하여 주었다고 한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1940년 1월부터 토미 도오시 악단에 참가하게 된다. 그는 같은 해 2월 시카고에서 ‘더 스카이 펠 다운’과 ‘투 로맨틱’을 시작으로 도오시 악단과는 42년 7월 2일까지 모두 83곡의 스튜디오 녹음을 남겼는데 이중에서 몇 곡이 톱10 싱글에 랭크되는 성과를 낸다. 1947년 프랭크 시나트라는 72곡의 신곡을 녹음했고 거의 백만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올려 고가의 차를 사들이는 등의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아직 불안한 것이었다. 불행히도 그는 같은 해 몇 가지 심각한 추문에 휩싸이게 되는데 2월에 그는 쿠바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때 이탈리안 갱단두목 럭키 루치아노(Lucky Luciano)와 함께 있었다고 보도되었고, 4월에는 할리우드 가십을 주로 다루는 옐로우 페이퍼의 저널리스트가 그가 공산당에 가입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얼마 뒤 그 기자의 얼굴을 갈겨 버렸다. 시나트라는 이런 사실들을 부인했지만 반이탈리안 정서를 가진 이들을 통해 그후로도 몇 년 동안 줄곧 시달려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랭크 시나트라는 가수라기보다는 영화배우 혹은 My Way라는 스탠다드 팝 계열의 노래 몇 곡을 부른 엔터테이너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가 사실은 3백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와 역대 최고령 그래미상 수상자였던 루이 암스트롱(당시 61세)을 제치고, 그래미상 최고령 수상자라는 기록을 갖고 있으며 대중음악사상 거의 최초로 오빠부대를 가졌던 가수, 싱어송라이터였다는 것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김명범<대중문화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5학기>

▲그래미상 최고령 수상자이며, 대중음악사상 최초로 오빠부대를 가졌던 프랭크 시나트라.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