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

한 중학교 교사의 ‘일진회’발언 이후 연일 신문지상과 방송에서는 ‘무서운 아이들’의 일탈행위가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서울 중·고교생들은 매일 5명꼴로 폭력사태에 연루되어 징계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학교폭력과 관련해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일진회 파문의 시작은 지난 9일 경찰청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관련 실무자 워크숍’에서 서울 J중학교 교사 정모 씨가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일진회를 조직하고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증언하면서부터이다. 이날 정 교사는 현재 서울지역 1천2백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6백여 개 학교 학생들이 ‘서울연합 일진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초등학생이 일진회에 가입하는 등 유사 조직들의 저연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과거부터 존재해오던 이들 조직의 확산에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일진회와 관련된 카페나 커뮤니티, 블로그의 수가 4백여 개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이들 사이트는 폭력을 미화시키거나 조폭을 우상화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각 포털 사이트는 일진회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강제 폐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진회의 내부 규율과 교육과정은 마치 어른들의 ‘조폭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일진회에 가입을 하면 선배들은 성교육을 앞세워 성행위방법, 피임법 등을 가르친다. 또 폭력행위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는데 상처가 나지 않게 폭행하는 법은 실제로 때리면서 가르치기도 한다.
이번 일진회 사태로 학교폭력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놀랄만한 가혹행위에 어른들도 놀랐지만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14일 허준영 경찰청장은 교육부와 공동으로 피해 학생 서포터제를 운영해 피해 학생을 1년간 보호하는 등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치안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교내의 CCTV 설치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인권침해에 대한 개선책과 관련법규를 신속히 마련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 전직 경찰이 상주하는 ‘스쿨폴리스(School Police)’제도의 도입을 주장해 왔으며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강화 등으로 5년 내에 학교폭력을 현 수준에서 25%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각 교육시민단체들은 학교폭력 관련 대책 이전에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경찰 등의 개입보다 학칙의 개정 등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자체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대해 전반 찬성하면서도 전문상담교사 배치와 관련해서는 “담임교사의 말도 잘 듣지 않으려 하는데 상담교사의 말을 듣겠느냐”라며 “담임교사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 담임교사가 상담교사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일진회에 존재여부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원산인 일진회를 없애려면 학교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 학생들의 자진신고를 유도하여 선도에 앞장서야 하며 이를 통해 학생자치를 실현하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이 될 것 이다.
학교폭력의 신고나 단속이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주어야 한다. 가해자 학생들에 대한 순화교육에 앞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우리 아이들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은 아닌지 그 원인을 먼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 지난 14일 오전 경남 창원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청소년 지도위원들이 명서중학교 일대와 주택가에서 학교폭력 자진신고와 피해신고를 촉구하는 모습.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